노인일자리 넘쳐나 채우기도 '급급'…일선 기관마저 "인원 그만 좀 늘려라"

입력 2021-03-21 17:17   수정 2021-03-22 03:24

양질의 일자리는 날로 줄어들고 있지만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20만~30만원을 지급하는 노인일자리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7년 44만 개이던 것이 지난해 74만 개로 불어났고, 올해는 80만 개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노인일자리를 포함해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재정일자리는 2017년 61만7000개에서 올해 104만 개로 확대된다.

이 같은 노인일자리의 급격한 증가는 현장에서 각종 난맥을 초래하고 있다. 일거리를 발굴해 노인들에게 알선하는 일선 노인복지관과 시니어클럽 등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노인일자리 확대로 관리가 불가능할 지경”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내놓은 ‘2020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성과평가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인원이 더 이상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모집과 관리가 힘들고 정말 필요하지도 않는 분들이 참여하다 보니 중도 포기자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고용정보원은 “사업 수행기관의 관리 능력을 넘어선 양적 확대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 능력을 초과하는 노인일자리 공급은 바로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 노인일자리 할당량이 떨어진 일선 노인복지관 등은 교통 안내, 환경 미화 등 갖가지 일거리를 짜내고 있지만 실제로 노인들의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참여자 모집에도 애를 먹으면서 노인 한 사람이 여러 차례 노인일자리를 맡는 반복 참여 문제도 커지고 있다. 정부 세금으로 창출되는 직접일자리 사업은 같은 사람이 3년 이내에 2년 이상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일자리의 반복 참여율은 42.6%로 전체 직접일자리 사업 반복 참여율(16.4%)의 두 배가 넘는다.

과도한 노인일자리 늘리기가 전체 취업자 수를 부풀려 고용통계를 왜곡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정도에 그치지만 모두 취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청년 한 명을 주 40시간 이상 고용하는 것과 세금으로 노인일자리를 하나 만드는 것은 동일한 취업자 한 명으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정부는 노인일자리의 정확한 공급량도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매년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할 때마다 노인일자리 등 직접일자리를 추가 공급했지만 해당 물량에 대해서는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어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추경으로 직접일자리가 30만 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직접일자리 사업 규모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재정일자리 사업엔 정부 예산만 매년 2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2019년 2조779억원, 작년 2조8587억원, 올해 3조1164억원 등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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