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 후진국' 인증한 외국인 코로나 강제검사 소동

입력 2021-03-21 18:51   수정 2021-03-22 02:15

서울시가 ‘외국인 코로나 강제검사’ 행정명령을 발표 사흘 만에 철회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서울시에 재고를 요청하고, 유럽 30개국 대사들이 외교부에 ‘강한 우려’를 표하자 황급히 꼬리를 내린 것이다. 외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검사 강제’를,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검사 권고’로 바꿨다. 애초에 그렇게 했어야 할 일이었다.

코로나가 잡히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의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서울시도 고충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년간 살아온 외국 기업인을 포함해 무차별적으로 진단검사를 강제한 것은 섣부른 결정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는 인권도 없나’ ‘한국은 인권후진국인가’라는 반응이 나올 만하다.

이번 소동은 그동안 정부가 자랑해온 ‘K방역’이란 것이 얼마나 강제적이고 인권과 배치된 것이었는지 새삼 일깨워준다. 정부는 선진국에선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인 감염병예방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강행규정을 통해 개인 기본권을 제한하고 개인정보를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쉽게 이용해왔다. 코로나를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국민 열망을, 마치 무소불위 위임장을 받은 양 획일적 집합금지,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의 강제조치를 수시로 가했다. 이로써 감염 확산속도가 다소 늦춰졌을지는 몰라도, 국민 기본권 제약을 너무 쉽게 여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K방역의 거칠고 과격한 문제점은 그간 국민의 앞선 공동체 의식과 자발적 협조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K방역의 ‘불편한 진실’이 국내 외국인들의 반발 사태로 터져나온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은 인종혐오 범죄를 규탄하면서도 정작 국내 외국인 인권을 무시하는 나라이고, 친(親)노동을 내걸면서 외국인 노동자에겐 유독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여서 글로벌 스탠더드인 자유, 인권, 소수자 보호 등에 따로 동떨어져 있어선 안 된다.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것을 비롯해, 나라 밖에선 한국 내 인권 상황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지향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인권 후진국’이란 소리를 듣는 상황을 만들어선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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