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北에 줄 쌀 농협에서 미리 꺼내 방아 찧어놔야돼"

입력 2021-03-22 16:41   수정 2021-03-22 16:57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멘토’로 꼽히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북한에 50만t 규모로 쌀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른 대북 지원을 위해 “벼를 농협 창고에서 미리 꺼내 방아를 찧는 등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제재 때문에 열악한데 태풍 피해,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아무것도 못 들어오고 국경을 폐쇄했으니 5월이 되기 시작하면 아사자가 나온다고 봐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그동안 50만t까지 줬으니까 그 준비를 좀 해야 될 것”이라며 “10만t을 보내는 데 한 달이 걸리고, 50만t을 보내려면 다섯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 내 식량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함경도에서 이미 강냉이죽도 제대로 못 먹고, 강냉이도 없어 말린 시래기를 대충 끓여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아마 4월 좀 지나고 5월로 넘어가면 국제사회에서 안 되겠다, 아무리 북핵문제가 있다 할지라도 사람 죽는 건 막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그런 논의가 이제 일어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 지원에 대한 국제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과거 경험으로 보면 세계식량계획(WFP)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한국 정부가 움직였던 적이 많다”며 “보수 언론에서는 정부가 나와서 퍼주기를 선동했다고 하겠지만 지금 북한에 날씨도 좋아도 필요한 양이 550만t이라고 할 때 농사가 아주 잘 돼도 100만t은 항상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500만 인구인 북한에 필요한 식량은 550만t인데 농사가 아주 잘 되어도 450만 톤까지는 생산 못하고 날씨 나쁘면 400만t 내려가고 태풍이 한 번 쓸고 가면 350만t으로 내려간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자체적인 대북 지원도 촉구했다. 정 부의장은 “작년 연말에 남북관계 남북교류협력법을 고쳐 지방자치단체들도 독자적으로 정부만큼 대북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시·도 자치단체 중심으로 대북 지원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량 지원 문제는 인도적 지원으로 유엔 대북 제재 예외 조항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 장관 간 ‘2+2회담’에서 양국이 대북 전략을 상호 조율하기로 한 합의에 대해 “고약하다”고 평가했다. 정 부의장은 “한·미 워킹그룹은 원스톱으로 한·미가 협의하자고 시작했는데 결국 발목이 잡혔고, 남북 관계에서 아무것도 못했다”며 “과거 1994~1995년 북핵 문제를 놓고 한미 간에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때 미국이 한·미 공조 원칙으로 협의하자고 해서 합의했는데 그다음부터 우리가 다른 소리를 내면 한·미 공조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끌고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뜻이 다르거나 생각이 다를 때 힘센 쪽으로 간다”며 “공동성명에 (나온) 아주 고약한 대목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간에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 하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뤄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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