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사모펀드 BC파트너스 지분 인수…국민연금 "해외 우량자산 공격 투자"

입력 2021-03-22 17:34   수정 2021-03-23 01:26

국민연금이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BC파트너스 지분을 전격 인수한 것은 20년 앞으로 다가온 기금 감소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80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1년 1777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160여 개에 달하는 운용사에 60조원가량을 맡겨 해외 대체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 운용사 지분을 직접 사들여 투자 성과를 공유하고 고수익 거래를 선점해 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복안이다.
첫 글로벌 운용사 지분 직접 매입
BC파트너스는 오랜 기간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꾸준히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등 국민연금이 가장 신뢰하는 운용사 중 한 곳이다.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바이아웃에 강점이 있는 BC파트너스는 현재까지 10개의 바이아웃 시리즈 펀드를 결성했다. 국민연금은 2017년 결성된 70억유로(약 9조원) 규모의 10호 바이아웃 펀드를 포함해 복수의 공동 투자 프로젝트를 BC파트너스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첫 번째 지분투자 파트너를 맞이하기 위해 긴 시간 공을 들였다.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CIO)은 2019년 상반기에만 세 차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을 돌며 해당 지역의 주요 운용사와 연기금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BC파트너스와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8월 김용진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한경 ASK(대체투자) 포럼에 참석해 “앞으로 글로벌 운용사 지분에 투자하고 덩치도 키워 우량자산 투자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똘똘한 해외 딜 선점한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발표한 ‘해외투자종합계획’의 연장선에 있다. 2015~2019년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로 연평균 10.06%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연평균 3.69%)의 세 배에 가까운 성적이다. 국민연금은 2024년까지 총자산에서 해외 투자 비중을 현재의 34% 수준에서 50% 이상으로 대폭 높일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경영권 인수,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해외 대체투자 확대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대체투자 부문은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기금 전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배당과 시세 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력 등이 부족한 탓에 매년 목표만큼 투자하지 못해 연간 5000억원에서 1조원의 수익을 포기하고 있는 게 국민연금의 현실이다.

이에 국민연금은 우량 투자처를 확보하는 ‘딜소싱 파이프라인’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해외 운용사 지분투자 △글로벌 운용사·연기금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투자 대형화라는 세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연기금(APG)과 제휴를 맺고 포르투갈 고속도로, 호주 대학교 기숙사 등에 수조원대 공동 투자를 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독일 알리안츠, 미국 하인스 등 글로벌 운용사와 2조~3조원대 조인트벤처(JV) 펀드를 설립해 아시아 주요 도시의 A급 오피스, 북미 핵심 입지 재개발 사업 투자에 나선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연금은 BC파트너스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부동산, 인프라 등 다른 자산군 운용사로 투자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정환/차준호/유창재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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