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리아가 첫 임상시험에 들어간 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CAR-T를 뛰어넘는 ‘기적의 항암제’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T세포 대신 NK세포와 대식세포를 활용, 기존 CAR-T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료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도전에 나섰다.
T세포는 면역계 소총부대로 꼽힌다. 유전자를 조작한 T세포가 정상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찾아 ‘유도탄’처럼 공격한다. 효과가 좋지만 환자로부터 뽑아낸 세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한계다. 미국에서 치료비만 47만5000달러(약 5억3700만원)에 이르는 이유다.
CIK는 암세포를 잘 공격하지만 다른 사람의 세포를 몸 속에 넣어도 면역 거부 반응이 크지 않다. 이를 활용하면 다른 사람의 세포로 미리 만들어둔 CAR-CIK를 냉동 보관했다가 언제든 여러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세운 바이오기업 카리스마테라퓨틱스는 지난 18일 이에 대한 긍정적인 해답을 내놨다. T세포 대신 대식세포를 활용한 CAR-M(macrophage·대식세포)을 개발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CAR-M 치료제를 사람에게 투여하는 건 처음이다.
대식세포는 몸속 죽은 세포 등을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이 세포가 암 덩어리를 직접 찾아가 없애기 때문에 고형암에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카리스마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재발·전이성 암 환자에게 첫 치료제를 투여했다. 유방암, 폐암 환자 등에 많은 HER2 돌연변이 양성 환자가 대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랩셀은 NK세포를 활용한 CAR-NK를 개발하고 있다. NK세포도 다른 사람의 세포를 활용해 범용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셀은 췌장암 등 고형암 치료를 위한 CAR-T 후보물질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내년 2분기 FDA에 임상 신청하는 게 목표다. 큐로셀은 국내 임상 단계가 가장 빠르다.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다음달 임상 1상 환자에게 첫 투약을 할 계획이다. 앱클론도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