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가 오는 5월 1일 서울 삼성동 KT&G 상상마당에서 시작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 무대에 오른다. 팔순 기념 공연이자 이 작품으로는 마지막 무대다. 노배우는 이 작품에 처음 출연했던 2003년부터 떠올렸다.
“초연 당시 ‘나, 이 공연 여든 살까지 해야 돼’라고 저 자신과 약속했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말했어요.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속으로 생각했죠. 그렇게 나이를 따라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그는 60년째 다양한 연극, 영화에 출연해왔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엔 자신의 연극 인생을 담아 혼자 노래 부르고 연기하는 1인극 ‘박정자의 배우론-노래처럼 말해줘’를 선보였다.
‘해롤드와 모드’는 1987년 초연된 작품으로 2003년부터 박정자가 출연했다. 이후 이 작품의 6개 시즌에 참여한 그는 “처음 참여할 때와 80세의 공연은 다를 것 같았는데 다르지 않았다”며 “내가 굉장히 성숙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미성숙한 채로 나이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이 작품은 자살을 생각하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80세 노인 모드를 만나 진정한 사랑과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출은 배우이자 연출가인 윤석화가 맡았다. 윤석화는 “선생님이 올리는 이 작품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게 됐다”며 “선생님의 80세 무대를 연출하겠다고 했던 10년 전의 약속과 우정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 마지막으로 출연하는 노배우의 감회는 어떨까. “90세까지 하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더 이상은 욕심이 없어요. 나이 들수록 가벼운 게 좋다고 생각해요. 다음엔 윤석화 씨가 모드 역을 할지도 모르죠. 그러면 객석에서 즐겁게 바라볼 거예요.” 공연은 5월 23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