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연임' 4대 금융지주, 친정체제 더 강화

입력 2021-03-22 17:23   수정 2021-03-23 01:46

올해 4대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6명 가운데 22명이 재선임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연임에 성공하고 ‘친정 체제’를 강화화면서 사외이사들도 대거 연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외이사 중 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및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선임 막힌 인물만 바꾼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오는 25일 열린다. 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주총은 26일이다. 이번 4대 금융지주 주총에선 신한금융지주가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안건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1년 연임이 확정되는 것 말고는 대형 이슈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새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곳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뿐이다. 신한금융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배훈 오르비스 변호사, 이용국 서울대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등 4명이다. 이용국, 최재붕 후보는 지난해 신한지주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주가 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와 베어링PEA가 각각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이 새로 추천한 사외이사는 권숙교 김앤장 고문과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각각 5명) 전원을 재추천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 교체가 적은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경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추천된 사외이사 대부분이 재임 중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견제와 감시’라는 고유의 역할이 퇴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대 금융지주에서 이번에 교체되는 4명의 사외이사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의 사외이사는 6년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상법 시행령에 따라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지난해 이후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하면서 ‘회장 친정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장 추천위원회 멤버를 겸하는 사외이사들이 대거 연임된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금융계 분석이다.
디지털 전문가 태부족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구성을 보면 디지털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업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KB금융과 우리금융 사외이사진은 경영관리 재무 및 회계, 경제학·법학 교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사외이사진 이력도 비슷하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이번에 디지털 및 융합 기술 전문가인 최재붕 교수를,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계열 금융·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인 우리FIS 대표를 지낸 권숙교 고문을 영입했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중에선 이번에 재선임 후보로 추천된 최경록 CYS 대표가 디지털 전문가로 분류된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의 정보기술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은 기본적으로 사외이사진으로 경영·경제학과 교수진과 원로급 인사를 선호해왔다”며 “여성 인재가 중시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후보군 풀을 넓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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