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제작 및 판매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통신 노하우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결합한 헬스케어 플랫폼을 내놓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KT는 지난해 10월 체외진단 기업인 미코바이오메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감염병 진단 사업과 바이오 헬스 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진단 기술과 확진자 동선 추적 역량을 결합해 감염병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대기업도 기존 사업 역량을 활용해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0월 인수한 SK바이오랜드의 사명을 현대바이오랜드로 바꾸고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체 개발한 건기식 원료인 발효 우슬 등 복합물로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인정 허가도 받았다. 지난달엔 치과용 콜라겐 제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사용 승인을 따냈다.
주력 사업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로 바꾸는 코스닥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소형가전 도료를 생산하는 자안과 컴퓨터수치제어(CNC) 장비 업체인 넥스턴은 이달 말 열릴 주총에서 각각 자안바이오와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로 이름을 바꾼다. 자안은 화장품 위탁생산(CMO) 기업인 MP한강의 바이오 연구시설과 펩타이드 특허 9건을 지난달 인수했다. 넥스턴은 송명석 전 신라젠 부사장을 바이오사업부문 대표로 선임하고 백신, 암 면역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전통 제조업체들의 변신은 2~3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6월 자동차 내장재 기업이던 두올산업은 사명을 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OQP)로 바꾸고 난소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캐나다 기업이던 온코퀘스트가 자금 부족으로 미국 임상 3상에 난항을 겪자 이 회사의 무형 자산을 매입해 미국 임상을 이끌고 있다.
폐쇄회로TV(CCTV) 제조업체인 뉴지랩도 2019년 미국에 자회사 뉴지랩파마를 설립한 뒤 지난달 아리제약을 인수해 신약 개발·생산·인허가·유통체계를 모두 구축했다. 올 상반기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방식의 대사항암제 임상 1·2상을 미국 FDA에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전망이 밝다는 이유로 수많은 기업이 바이오 분야에 뛰어드는 모양새”라며 “하지만 신약 개발은 수십 년 동안 한우물을 판 제약업체들에도 버거운 과제인 만큼 철저하게 준비한 뒤 뛰어들어야 실패 확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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