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美 인권보고서에 부패 사례로 언급 돼…본인은 野 지적에 분주

입력 2021-03-22 23:42   수정 2021-03-23 09:36



미국 국무부가 곧 발간 예정인 2020 한국인권보고서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부패' 부문에서 언급했다.

22일 일부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조국 전 장관 외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 공직자 부패를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부패와 정부 투명성 부재' 항목의 '부패' 부문에서 조국 전 장관과 김홍걸 국회의원 부패 혐의를 지적했다. 조국 전 장관의 부패 혐의는 2019년 인권보고서에 이어 2년 연속 담긴 사례라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2020년 10월 현재 조국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씨, 그 가족과 연관된 이들에 대한 부패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2019년 검찰은 조 장관에 대해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서술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아 2020년 9월18일 당에서 제명됐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차별, 사회적 학대, 인신매매' 항목의 '성추행' 부문에서는 지난해 한국에서 성추행이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됐고 고위 공직자를 포함해 수많은 성추행 혐의가 보도됐다고 지적하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례를 들었다.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해서는 "박원순 전 시장은 전 비서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다음 날인 7월9일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며 "고소장에 따르면 박원순 전 시장은 2017년부터 여비서에게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신체 접촉을 하고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으며 이런 성추행은 여비서 근무지 이동 후에도 계속됐다"고 썼다.

법에 따라 박원순 전 시장 사망으로 종결 처리됐지만, 여성인권 운동가들과 피해자 측 변호인은 철저한 수사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윤미향 의원의 '위안부 기금 유용' 사건은 직무 유기 사례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검찰은 2020년 9월 윤미향 의원을 일본군 위안부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재직 시절 사기, 업무상 횡령, 직무 유기 및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소개했다.

미 국무부는 표현의 자유 제약을 중요한 인권 문제로 언급하면서 대북 전단 금지법이 통과된 것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인권 활동가와 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대외원조법에 따라 매년 모든 유엔 회원국의 전년도 인권 상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인권보고서에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사례가 소개되자 외교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 언론에 "국무부가 언론 또는 시민단체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며 한국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국 전 장관이 내로남불의 비판을 받은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조국 전 장관은 2013년 윤병세 외교부장관 후보의 대학생 딸이 가계곤란장학금 5회를 수령한 것과 관련해 "이건 정말 아니다. 교수 월급받는 나는 사립대 다니는 딸에게 장학생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이 사람은 재벌에 비하여 자신의 가계는 곤란하니 신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듬해 조국 전 장관 딸은 다수의 장학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국 전 장관은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댓글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때 국정원 직원의 오피스텔 주소를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공개하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집결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되고 갖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신의 딸에게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난 뒤에는 모 종편의 기자를 주거침입,폭행치상으로 고소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딸이 겪고 나서야 여성이 혼자사는 곳에 침입하고 스토킹하는 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게 됐다고 하니 축하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국 전 장관은 최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을 다룬 뉴스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조국 전 장관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충격’"이라는 한 매체의 기사를 올렸다.

기사는 박형준 후보의 부인이 2008년 홍익대 미대 입시 실기시험 이후 당시 홍익대 교수를 찾아가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의혹을 다뤘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타인의 입시 비리를 비판하는 듯한 행태는 이중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박형준 후보 딸 입시비리 의혹을 공유한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저세상 멘탈'이라고 표현한 기사를 공유하며 "요즘 통 웃을 일이 없는데 이분 덕분에 (웃는다)"라고 일갈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딸 조민 씨의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수감돼 있다. 당시 재판부는 총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교수에게 벌금 5억 원과 1억 4000만 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중 허위·조작 스펙 등 7가지를 딸 조 씨의 입시에 활용해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정경심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사과보다는 "제가 법무부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 보다"라고 잘못이 없지만 장관에 지명되는 바람에 가시밭길을 걷고있다는 듯 심경을 전했다. 아울러 "항소심서 진실을 다투겠다"며 진실과의 투쟁을 예고했다.

조국 전 장관은 지금도 자신의 SNS에 오세훈, 박형준 후보 등 야권 인사들의 비리를 다룬 기사를 공유하고 검찰개혁 정당성을 설파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편 지난해에는 교수들이 그 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를 꼽았다. 이는 '나는 옳고 남은 틀리다'는 뜻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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