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서울 숭문·신일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자사고 지정취소 행정소송 재판에서 법원이 연달아 세 번이나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23일 서울행정법원은 숭문·신일고의 학교법인인 동방문화학원과 신일학원이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무효처분 소송에서 원고(학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모두 취소하며, 소송비용 피고(서울교육청)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두 학교가 2019년 8월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7개월만이다.
서울교육청은 2019년 7월 서울지역 자사고들의 운영성과를 평가한 결과 숭문·신일고를 포함한 8개 자사고의 기준점수가 70점을 넘지 못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자사고들은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이 평가기준을 변경하면서 기준점수가 종전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됐고, 평가점수 체계도 자사고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승소를 했지만 모두가 학생 교육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법정싸움에 치중하고 있으니 착잡한 심정”이라며 “서울교육청도 항소를 멈추고 학생교육에 함께 매진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즉각 항소한다고 밝혔다. 2019년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 역시 법적 하자 없이 정당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처분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했다”며 “현재 진행중인 자사고 소송과는 별개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고교교육 정상화 정책은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전국 10개 자사고가 무더기 지정취소 당한 이후 자사고가 교육당국을 상대로 낸 법정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가 처음 승소 판결을 받았고, 지난달 서울 배재고·세화고도 승소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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