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중국풍 논란에 '뭇매'…靑 청원, 방심위 민원까지

입력 2021-03-23 17:10   수정 2021-03-23 19:06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풍 소품 사용 및 역사 왜곡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의 선 넘는 동북공정으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SBS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전개,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을 표방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역사 왜곡' 장면을 담는가 하면, 조선시대가 배경임에도 중국풍 인테리어와 음식을 사용해 논란을 자초했다.

드라마 속 기방의 식탁 위에는 검은 도자기에 빨간 색으로 '주(酒)'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중국식 만두를 비롯해 중국 술, 중국 간식인 월병과, 피단(오리알을 삭힌 중국 음식) 등이 놓여져 있었다. 건물, 음식, 식탁 모양까지 모두 중국식으로 표현된 것. 그러나 기방이라는 명칭과 기녀들의 옷차림은 모두 한국식이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이 세자인 양녕대군 대신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라는 장소를 설정하였고, 자막 처리했다"면서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도 덧붙였다.

제작진의 사과에도 시청자들의 분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선구마사'의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글이 올라와 단숨에 1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 검토에 들어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조선구마사'와 관련한 시청자 민원인 1700건 이상 접수된 상태다.

'조선구마사' 제작진이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한 대로, 최근 중국의 무리한 문화 동북공정으로 인한 한국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중국은 김치는 물론 한복까지 자기네 것이라 우기며 '문화 동북공정'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K팝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의 발언이나 의상을 트집 잡으며 잇따라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빈센조'가 중국 브랜드 비빔밥 제품을 PPL로 노출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비빔밥은 잔반 처리 음식"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을 중국산 제품으로 PPL했다는 점에서 빈축을 샀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공정이 심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문화 감수성이 결여됐다는 지적까지 쏟아졌다.

중국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한복을 입은 댄스팀이 아리랑 노래에 맞춰 춤을 선보였고, 이를 본 중국인들이 "이게 바로 중국의 스트릿 댄스"라고 말했다. 배우 김소현이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에는 다수의 중국 네티즌들이 몰려와 "중국 전통 의상을 홍보해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 제품이 PPL로 등장한 드라마를 보고는 "한국은 중국 자본 없이는 드라마 제작이 불가능한 나라"라는 조롱까지 쏟아지고 있다.

제목에 '조선'을 달고 중국풍 술상을 차린 '조선구마사'에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은 지라시"라는 대사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조선구마사' 측은 향후 방송 제작에 유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방송가의 반복된 역사 인식 및 문화 감수성 결여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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