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탈중앙화 선물거래소 디와이디엑스(dYdX)를 운영중인 안토니오 줄리아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5일 한경닷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가 이끌고 있는 dYdX는 2019년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 거래액만 50억달러(약 5조6559억원)에 육박하면서 탈중앙화 선물 거래소 중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다. dYdX는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초기투자사로 유명한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일반적인 거래소와는 달리 운영 주체가 존재하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서만 작동한다. 기존 거래소는 이용자가 현금이나 가상자산을 해당 거래소 계정에 이체한 후 거래를 진행하지만, 탈중앙화 거래소는 자신의 지갑을 직접 연결해 거래한다.
이에 탈중앙화 거래소는 '거래소 해킹'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적어 보안성 측면에서 기존 거래소 대비 강점이 있다. 그러나 지갑 연결을 위한 복잡한 절차와 적은 유동성 등으로 인해 전체 거래소에서 5%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dYdX는 이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을까. 안토니오 대표에게 직접 물었다.
-최근 가상자산 열풍이 뜨거운데. 왜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한다고 보나.
"이러한 질문에 대해선 '비트코인 등이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어서'라거나, '다양한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으로 채택되어서'라는 식의 답변이 대세인 것 같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가상자산 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가상자산 자체가 트레이딩을 하기에 가장 완벽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트레이더에게 가상자산만한 상품이 없다. 국경이나 상품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통 금융시장에서 미국 투자자가 중국 주식을 거래하려 하거나, 한국 투자자가 유럽 채권을 구매하고자 한다고 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가상자산은 전세계 어느 거래소든 쉽게 자산을 전송할 수 있고 그곳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트레이딩 할 수 있다."
-기존의 중앙화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제공하는 서비스는 거의 비슷하다. 가상자산 및 관련 파생상품들의 거래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탈중앙화 거래소는 일반적인 거래소와 달리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에 기반해 작동한다"
-스마트계약에 의해 작동하는 거래소를 이용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
"이더리움의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보안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예를 들어 중앙화된 거래소의 경우 거래소 지갑이 해킹돼 가상자산이 유출됐다거나, 담당자가 사라졌다거나 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모든 자산이 플랫폼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탈중앙화 거래소는 이용자들이 각자의 개인 지갑에 자신의 자산과 프라이빗 키(Private key)를 소유한 상태에서 거래가 진행돼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다른 장점도 있나
"투명성이다. 스마트계약은 '오픈소스(Open Source)'이기 때문에 내역이 모두에게 공개된다. 이러한 '투명성'은 특히 선물 거래소에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일반적인 거래소를 이용한다면 해당 거래소의 신용을 믿고 거래를 해야 한다. 해당 거래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dYdX등의 탈중앙화 거래소는 모든 운영 내역이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플랫폼의 신용에 대해 고민 하지 않아도 된다."
-탈중앙화 거래소 중 dYdX가 가지는 장점은 뭔가
"기존 탈중앙화 거래소와 유동성 공급 모델이 다르고, 호가창이 존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인 탈중앙화 거래소들은 유동성을 '풀(Pool)'형태로 공급해 호가창이 없고, 알고리즘이 제시한 가격에만 거래할 수 있다. 반면 dYdX는 호가창을 제공하고 일반 거래소와 동일한 유동성 모델로 만들어졌다. 이에 dYdX 이용자들은 일반 거래소와 동일한 이용 환경을 누리면서도 탈중앙화 거래소의 장점을 취할 수 있다"
-막상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하려면 너무 수수료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더리움은 1초에 10개 정도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데, 동시에 10개 이상의 거래가 발생하면 수수료(gas fee)를 더 많이 제공한 거래에 우선권을 준다. 문제는 최근 이더리움을 이용하는 서비스나 거래가 크게 늘면서 이러한 수수료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건의 거래를 실행하는데 수 십 만원에서 수 백만원 이상의 수수료가 발생한 적도 있다. 이에 dYdX는 이더리움 확장성 솔루션인 레이어 2(Layer 2)를 적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레이어 2 솔루션을 적용하면 어떻게 달라지나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의 원리를 활용해 한 시간 동안 dYdX에서 이뤄진 모든 거래 건수를 모두 모아서 한 건의 이더리움 거래로 처리한다. 해당 시간 동안 이뤄진 거래가 몇 건이냐에 관계 없이 축적된 거래를 한 건의 이더리움 거래로 압축시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dYdX는 기존 탈중앙화 거래소의 수수료 문제까지 해결할 예정이다"
-dYdX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거래소인데 아시아권 이용자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전체 거래액의 25~30%를 아시아 이용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이용자들이 가장 많고, 한국에서도 일부 이용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성장성 면에서 아시아 시장은 잠재력이 높아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를 비롯해 페이스북 투자사로 유명한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으로 부터 투자를 받았다
"dYdX가 탈중앙화 거래소 중 거래량이나 기술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는 전체 가상자산 거래소의 5%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중앙화 된 거래소에 비해 아직 잠재력이나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계속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전세계 금융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고, 선물 거래소의 거래량은 특히 압도적이다. 가상자산이 더 넓게 쓰이게 되면서 더 많은 헤지펀드, 개인투자자,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올 것이라 본다. 또 다양한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옵션 시장도 활성화 될 것이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