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데이터인 이유는 누군가 나의 정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 같은 첨단 테크기업이 나의 데이터로 돈을 벌고 있다. 이 회사들이 ‘기가 막히게’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다시 내게 권하고 있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제공한 데이터 덕분이다. 그러나 그 어떤 테크기업도 정보자산을 생산하는 사용자들에게 보상하는 법은 없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데이터 생산의 주체인 개인들이 돈을 벌 가능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주도해서 그런지 여전히 공급자 중심 사고에 빠져 있다. 고객들이 익명, 비식별 데이터를 제공하면 이를 거대한 서버에 모아두고, 그것을 잘 분석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식이다.
이런 사고는 모순에 빠지게 돼 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상충된다. 보호 이슈 때문에 개인의 내밀한 정보는 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알맹이 없는 정보만 제공하게 돼 있다. 지난달 나온 정부의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보면 카드 등의 주문내역정보의 경우 가전/전자, 도서/문구, 패션/의류 등 12개 분류에 국한한 정보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줄 수 있다. 언제 얼마짜리 어떤 색깔의 휴대폰을 샀는지는 알 수 없고 ‘3월 전자제품 구매했음’ 정도만 공유되니 어떤 사업자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나.
해결의 실마리는 데이터의 주권에 있다. 글자 그대로 ‘마이 데이터’가 되려면 개인별 스마트폰을 ‘저장소’이자 ‘거래소’로 만들어야 한다. 한 개인의 일생을 텍스트로 저장할 경우 1GB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미 각자가 그 저장소를 들고 다니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에는 금융, 쇼핑, 의료, 오락, 위치 정보는 물론 학습, 소셜활동까지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비매(非賣) 정보는 기업들이 확보만 하면 엄청난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진성 데이터이기도 하다. 개인의 모든 정보를 비식별 부호로 처리해 저장해두고 이를 암호상태로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면 진정한 마이 데이터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미 이런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나오고 있다.
마이 데이터 산업은 ‘킴벌라이트’다. 결정체에 불과한 성분을 다이아몬드로 키우는 모암(母巖) 말이다. 데이터의 주권을 개인, 더 구체적으로는 스마트폰에 주면 된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면 신시장이 열릴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마이 데이터 시대가 열린다. 나는 데이터다. 그러나 그 주인이기도 하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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