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000만계좌에도 끄떡없는 거래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폭증하는 공모주 투자로 증권 거래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증권사는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롯데렌탈 등 올해 대어로 꼽히는 기업들의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사내에 기업공개(IPO) 관련 TF를 꾸렸다.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에 있는 기업공개(IPO) 담당자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영업 등 각 분야별 전문가 20여명이 이 조직에 참여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공모주 투자를 위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자 수가 대폭 늘어도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22만명 정도인 MTS 동시 접속자 수가 100만명까지 증가해도 이상 없는 IT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증권거래계좌 수가 1000만개로 증가해도 끄떡없는 서버를 갖추라는 것이 경영진의 주문이다.
KB증권은 이를 위해 제3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신설하고 주전산기, 거래로그 저장시스템 등 IT 관련 설비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IT시스템 증설에만 19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서버와 모바일 기술 관련 인력도 15명가량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공모주 투자자와 담당 실무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업무 지침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권사가 특별 조직까지 만들게 된 것은 공모주 투자열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어서다. 공모주 투자를 위해 증권계좌를 만드는 사람들이 줄을 이으면서 증권사별로 감당해야 할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첫 대형 공모주였던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전후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청약을 앞두고 이 회사의 상장 주관과 인수를 맡은 증권사 6곳에서 새로 개설된 증권계좌만 200만여개에 달했다. 고객 수가 예상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증권사 거래시스템이 한 때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된 지 이틀째였던 지난 19일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일부 증권사의 HTS와 MTS가 한동안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소동이 일어났다.
KB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증권계좌 수가 눈에 띄게 늘진 않은 상태다. 다만 주관을 맡은 대어급 기업들이 올해 줄줄이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어 신규 계좌 수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 회사는 예상 몸값이 100조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롯데렌탈, 한화종합화학, 원스토어 등의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특히 국내 IPO 시장 역사상 최대 공모금액 달성이 유력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새로 개설되는 계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남은 대어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아직 대형 공모주 상장업무를 하지 않은 증권사일수록 대거 늘어나는 증권계좌 수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전예진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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