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경제부처 출신 고위 관료를 잇달아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이들의 경제·예산정책 기획 능력과 ‘거미줄 인맥’을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GS CJ대한통운 삼성증권 SKC 일동홀딩스 등 10여 개 기업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기재부 등 경제부처 출신 관료들을 사외이사, 감사 등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1차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은 지난 19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주형환 전 산업부 장관도 18일 호텔신라, 22일 현대미포조선의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주 전 장관은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19일 삼성증권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데 이어 오는 29일 CJ대한통운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 전 위원장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1차관,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쳤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30일 SKC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이 전 실장은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예산통이다.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1차관을 지낸 최상목 농협대 총장은 26일 일동홀딩스 사외이사로,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31일 코스닥시장 상장사 오로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기재부 정책기획관과 조세총괄정책관을 지낸 한명진 전 방위사업청 차장은 31일 휴스틸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현오석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29일 GS의 사외이사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25일 HDC의 사외이사로 각각 재선임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부 출신 관료들도 속속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사외이사로, 이재훈 전 산업부 2차관은 같은 날 에스원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기업들은 경제부처 고위 관료 출신들의 경제 관련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낸다. 경제부처 ‘로비 창구’로 활용하거나 외풍을 막아 줄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해 고위 관료 출신을 앞다퉈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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