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강행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 지방대 고사(枯死) 위기다. 작년 수능 응시자가 역대 최소(42만6344명)를 기록해 지방대들은 이미 신입생 미달 쇼크에 직면해 있다. 전문대는 물론이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 닫는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충청권에서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작년엔 신입생 정원을 거의 채웠던 9개 지방거점 국립대들조차 올해는 미달을 면치 못했다. 지방대의 84%(209곳)가 정원의 70%밖에 못 채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3년 뒤면 학령인구가 대입 정원보다 11만 명 적어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에 한전공대가 우수한 학습·연구여건과 장학금을 내세워 학생 유치에 나서면 인근 지방대들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특별법에선 제안 이유로 “기존 대학들은 경직적 교육체계로 혁신모델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했지만 이미 에너지 관련 학과를 개설한 KAIST와 포스텍, GIST(광주과학기술원) 등이 이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누적부채 132조원에다 신재생 전력생산 비중 확대로 수익성이 나빠진 한전이 10년간 학교 설립 및 운영비로 1조원을 퍼부어야 하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당이 특별법에 ‘공공기관 출연금’을 명시하고, 정부는 올초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전력기금을 전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점도 ‘꼼수’로 비난받을 만하다.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듯 한전공대 특별법을 강행하고 있으니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대학 현장에선 “‘문재인 공대’ 폭탄이 터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정원 감축, 통폐합, 부실대학 퇴로 마련 등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데 이를 관장하는 교육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 대학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 교육부가 이렇게 무능·무소신으로 일관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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