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알몸배추 사건으로 중국산 김치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앞서 기생충 파동 때도 수입이 늘어난 것을 근거로 중국산 김치 수입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직접 김장을 담거나 국산 김치를 사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산은 대체로 식당에서 쓰인다. 국산보다 절반 이상 값이 싸기 때문에 김치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원가 절감이 중요한 곳이 중국산을 선택한다.
중국산 김치가 국내에 대거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절임배추나 배추 형태로 수입돼 국내에서 제조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무렵부터는 완제품 수입 형태로 전환됐다. 2004년 7만톤 정도였던 김치 수입량은 4배 이상 증가해 지난 2019년 30만톤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기생충 김치는 당시 중국산 김치 16개 제품 중 9개에서 회충 등 기생충이 확인돼 문제 김치제품이 판매금지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김치의 품질 문제가 불거졌다.
같은 해 서울시 조사에서는 중국산 김치에서 국산 김치에 비해 중금속이 3배 이상 확인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하지만 이 때도 중국산 김치의 수입 증가세는 굳건하게 유지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7만톤이었던 김치 수입량은 2005년 11만톤, 2006년 17만톤, 2007년 22만톤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김치 파동이 있었던 2005년에도 2004년에 비해 55.5% 수입이 증가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지만 국산 대비 크게 저렴한 가격 앞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2009년 수입량은 급전직하했다. 직전년도 22만2300톤에서 14만8100톤으로 33.3% 수입이 줄었다.
전문가들 중에선 이번 알몸배추 사태가 원산지표시제 도입 시기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을 보이고, 섭취를 꺼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경우 올해 김치 수입량은 전년 대비 급감하고, 국산 김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소비자들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점도 중국산 김치 수요 감소를 예상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근본적인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009년에도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이듬해부터 '원상복구'됐다. 2010년 19만톤, 2011년 23만톤이 수입되며 기존 수입량을 금세 회복했다. 알몸배추 등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를 거부해 일시적으로 수입이 줄더라도 가격 요인 때문에 수개월 내에 다시 소비가 회복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2009년의 수입 급감은 원산지표시제 도입으로 인한 소비자 요인도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급등, 국내 배추 작황 호조로 인한 국산 김치 하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는 해석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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