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주니어가 말하는 글로벌IB 문화…“코트도 맘대로 못입어”

입력 2021-03-24 10:18   수정 2021-03-24 10:58

≪이 기사는 03월23일(03: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업무를 경험한 한 인사가 한국 IB에 입사해서 가장 생소한 문화로 꼽은건 '저녁 회식'입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문화라 하지만, 한국에서 IB업무의 꽃은 결국 영업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도 밤을 꼬박 새야할 텐데, 새벽까지 이어지는 고객과의 저녁자리까지 참석해야하니 일은 누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는 반응이었죠.

실제 글로벌IB 본사 앞에선 저녁시간만 되면 배달앱(Seamless)으로 주문한 팀원들의 식사를 받아오려는 막내 직원들의 행렬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밀린 업무 탓에 식사를 위해 이동할 시간마저도 줄여야할 때가 부지기수기 때문이죠.



현업에서 일하는 IB 저연차 직원들은 국내 '52시간' 규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실현 가능하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구조적으론 정말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IB 본사에서 3년여간 근무한 한 관계자는 "사실 IB업무가 굉장한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초년병들의 업무는 시간을 굉장히 많이 들이는 '단순 업무'"라며 "예를 들어 엑셀을 활용한 모델링 업무 등은 IT기업에서 개발자들이하는 코딩업무와 유사한 데, 문제는 일정 논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명이서 '여기서부터는 XX씨가 해주세요' 식으로 업무를 나누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개발자라면 기획자 등과 상의해 일정을 늦추거나 업무분담이 가능할 수 있지만(물론 현실은 불가능하겠지만), IB업무는 일정 기한 내 고객의 요청을 충족해야하는 '자신과의 싸움'인 셈이죠. IB커리어가 영화에서처럼 화려한 파티 속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키보드에서 F1, Caps lock, Num lock, Insert 키 등 업무에 방해되는 자판들부터 떼어 내는 것으로 시작되는 점도 대표적입니다.

이른바 '꼰대 문화'도 글로벌 IB들이 더하면 더했지 한국에 못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한 글로벌 IB의 경우 주니어 인력들은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코트를 입지 못하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언제든 이동해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하는데, 코트를 맡기고 다시 찾는 데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죠. 안드로이드폰(USB-C)에서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핸드폰 충전 설비를 완비해야하는 것도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입사 후 초년차들은 회의장 구석에 쭈그려앉아 핸드폰을 분주히 만지고 있기 바쁘다고 합니다. 미팅 내용을 복기해야 하는데, '녹음'하는 행위는 그 고객과 더이상 일하지 않겠다는 신호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금기시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시니어들이 격론을 펼치는 협상장에서 노트북을 펴고 소리를 내며 자판을 취거나 종이를 바스락 뒤적거리는 것도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구석에서 핸드폰 자판으로 받아쓰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네요.

이런 눈물겨운 '격무' 속에서 저연차 IB인력들이 가장 원하는 상사는 어떤 모델일까요. 바로 '될 일'과 '안될 일'을 빠르게 판단해주는 상사라고 합니다. '성공보수'가 기본인 IB업무에서 시간을 투입해도 안될 일들을 시니어들이 빠르게 판단을 해줘야 그나마 퇴근해 눈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죠.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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