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주택 막힌 LH, '혈세 5000만원' 들여 항소 나선다

입력 2021-03-24 11:47   수정 2021-03-24 11:54


'부실 환경평가' 논란으로 경기 성남 분당 서현지구 공공주택 추진이 막힌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항소심에 대형 로펌을 선임하면서 세금 5000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1심에서 이례적으로 주민들 손을 들어줬음에도 거액의 혈세까지 들여 항소한 것이다.
친여 성향 변호사 선임했던 변창흠의 LH는 1심 패소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세금 5000만원을 투입해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 지역 주민 536명이 낸 공공주택지구 지정취소소송 항소심에 나섰다.

국토부는 2019년 5월 '서현공공주택지구'(서현동 110 일원 24만7631㎡)를 확정·고시하면서 오는 2023년까지 2500여 가구의 공동주택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LH가 앞선 2019년 2월 내놓았던 '성남서현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논란이 됐다.


LH가 내놓은 평가서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맹꽁이에 대해 "사업지구 외부 19m 떨어진 지점에서 조사됐다"며 "사업지구 내에는 분포하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기술됐다.

이에 주민들은 환경평가가 허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일생 생활 속에서도 맹꽁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주민들은 국토부가 LH의 잘못된 환경평가에도 공공주택지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맹꽁이 문제뿐 아니라 환경·교육·교통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주민들은 2019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김은혜 "논란의 LH, 세금을 종자돈처럼 사용"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당시 사장으로 있던 LH는 1000만원을 들여 법무법인 진성을 선임했다. 진성 대표변호사인 이재화 변호사는 2012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비례대표 30번 공천을 받았던 친여 성향 변호사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박형순)는 지난달 10일 지역 주민 536명이 낸 공공주택지구 지정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법무법인 진성이 1심에서 패소하자 국토부와 LH가 즉각 항소하며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한 것이다.


패소 자체가 이례적일 만큼 정부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법원이 판단했지만, 국토부는 이에 불복해 대형 로펌 선임에 혈세를 쏟아부으며 주민들과 소송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성남 분당갑)은 "쏟아지는 비리 속에서도 국토부와 LH는 법원 판결마저 뒤엎기 위해 국민 혈세를 자신들을 보위하기 위한 종잣돈처럼 쓰고 있다"며 "'LH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불도저'식 공공 주도개발을 밀어붙이는 것은 오만이자 국민 기만이다. 정부가 할 일은 지금이라도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항소를 취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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