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본색원, 무관용, 패가망신, 투기이익 몰수 등 센 말들을 폭포처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거 다 거짓말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관련 정부 비판 발언이 현실화됐다.
투기에 가담한 LH 직원이 신도시 보유 땅을 처분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기더라도 법 시행 이후 투기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 국회에서 공공주택 특별법, LH법을 개정해 토지 몰수, 이익금의 최대 5배 벌금을 물리기로 했으나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농지법이나 토지보상법을 적용, LH 직원을 대토보상에서 제외하고 토지를 강제처분 명령을 내릴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땅을 팔아 남는 시세차익은 몰수할 수 없다.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는 마지막 카드가 남았으나 2006년 판례를 보면 토지몰수 전례가 없고 차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정부가 호언장담한 '패가망신' 수준의 강력처벌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합동조사단에게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며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14건, LH법 개정안 10건을 병합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수정 의결했다.
땅 투기를 한 LH 직원이나 공무원, 공직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업무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했거나 이를 제3자에게 알려 제3자가 투자한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이익금의 5배(최대 10억 원)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투자금이 들어간 재산을 몰수할 수도 있다. 현행 '최대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비해 제재 수준을 대폭 강화된 것이다.
문제는 개정 법이 이달 안에 즉시 시행되더라도 이미 신도시 등에 땅투기를 한 LH 직원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의원들은 소급적용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위헌소지가 있다는 반발 때문에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이나 LH법 상으로는 투기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20명의 LH 직원은 아예 처벌조차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직원은 신규택지 개발에 직접 관여한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으로는 처벌을 할 수 없다. 제3자의 투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 조항이 없다. 단지 최고 수위의 징계가 면직 정도일 뿐이다.
LH 내부 직원의 익명게시판 조롱글이 국민들의 분노를 샀지만 결국 현실은 그의 추측대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히겠지.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 너희들이 아무리 열폭 해도 난 열심히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특혜 누리며 다니련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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