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의 생산성 둔화요인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을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배경을 생산성 하락에서 찾았다. 한은은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 2006~2010년 4.1%, 2011~2015년 3.2%, 2016~2020년 2.7%, 2019~2020년 2.5%로 하락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0~2007년 연평균 4.52%에서 2010~2017년 2.27%로 낮아졌다.
생산성이 추락하는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경제를 견인한 정보기술산업의 성장 여력이 약화되고, 실적 증가율이 둔화된 결과다. 번돈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빠르게 퇴출되지 못하면서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경제 성장여력을 갉아 먹었다는 지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한계기업 근로자의 1인당 실질부가가치는 정상기업의 48% 수준에 불과했다. 촘촘한 규제망도 생산성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한 상품시장규제지수는 한국이 1.7점으로 OECD 평균(1.4점)를 웃돌았다. 이 지수는 0~6점 사이에서 점수를 매기며 이 점수가 높을수록 규제 수준이 강하다는 의미다.
한은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계기업 비중을 낮출 경우 정상기업의 유형자산증가율, 고용증가율이 각각 0.5%포인트, 0.4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도 간소화해 기업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AI 기술을 확산하는 것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 자료를 인용해 AI 기술 확산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2030년까지 연평균 1.5%포인트가량 오를 것이라고 봤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 도입으로 노동생산성이 올라가고 그만큼 임금과 기업 실적이 올라가면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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