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소재 식품점에서 10명의 사망자를 낸 총격 참사의 용의자가 20대 시리아계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볼더 경찰이 브리핑을 통해 용의자가 21세 남성 아흐마드 알 알리위 알리사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용의자에게 10건의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볼더 카운티 교도소에 그를 수감했다. 알리사는 22일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총기를 난사해 에릭 탤리(51) 경관 등 10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알리사는 현장에서 AR-15 계열 돌격용 반자동 소총과 반자동 권총 등을 사용했다. 범행에 앞서 지난 16일 AR-556 반자동 권총을 구매하고, 가족 앞에서 총기를 갖고 장난까지 치는 등 총격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도 밝혀졌다.
그는 총격 당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다리에 관통상을 입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볼더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
콜로라도주는 지난해 사형을 폐지했다. 이에 알리사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당국과 알리사의 페이스북 자기 소개란에 따르면 그는 1999년 시리아에서 태어나 2002년 미국으로 이주한 시민권자다. 거주지는 콜로라도주 덴버의 교외 도시 알바다로 파악됐다.
그는 범행 이전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슬람 혐오와 인종차별, 동성애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글을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를 폭행해 분노 조절 치료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알리사와 함께 레슬링팀에서 뛰었던 에인절 허낸데즈는 AP통신에 "알리사가 경기에 패하자 욕설을 하고 '모두를 죽이겠다'고 소리친 적이 있다. 감독은 이 일로 알리사를 팀에서 방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가족은 고교 시절 왕따 경험으로 반사회적 성향을 갖게 됐고 피해망상적인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총격 동기가 정치적 이유가 아닌 정신질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당국은 수사 초기 단계라 범행 동기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알리사가 유일한 범인으로 추정된다면서 단독 범행에 무게를 실었다.
단, 미국 연방수사국(FBI) 덴버 지부를 책임지는 마이클 슈나이더 요원은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현재 수사당국은 알리사가 거주지인 알바다에서 45㎞ 떨어진 볼더 식료품점으로 이동해 총격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총기 난사에 희생된 에릭 탤리(51) 경관 외에 나머지 사망자 9명의 나이와 이름도 모두 공개했다. 이들은 20∼65세의 무고한 시민들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데니 스통(20), 네븐 스태니식(23), 리키 올즈(25), 트랄로나 바르코비아크(49), 수잰 파운틴(59), 테리 라이커(51), 케빈 머호니(61), 린 머리(62), 조디 워터스(65)다.
메리스 헤럴드 볼더 경찰서장은 "우리는 주(州), 연방 당국과 함께 철저히 조사할 것을 약속한다"며 "우리는 희생자 가족을 위한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도허티 볼더 카운티 검사는 "살인자는 오명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용의자가 희생자들에게 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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