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TV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에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24일 삼성 사내게시판에서 한 직원이 조선구마사에 자사 광고 여부를 묻는 글에 삼성전자 한국 총괄 국내 광고 담당자가 답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선구마사의 제품 광고를 이후 회차부터 전면 중지할 계획이다.
한국 총괄 국내 광고 담당자는 "우선 이번 광고는 노출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시간대 기존 SBS의 월화 드라마 시청률 시뮬레이션을 통해 청약·노출된 것으로 해당 드라마의 제작 협찬 및 스폰서십과 당사는 전혀 무관함을 말씀드린다"며 "첫 회부터 해당 프로그램의 부정 이슈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기존 청약분인 어제 분까지 광고가 노출된 상황으로 이후 회차부터 광고를 전면 중지하고 당연히 재방 및 2차 판권 등에도 당사 제품 광고 노출을 완전 차단할 계획"이라며 "제한적이긴 하나 이번 건과 같이 부정 이슈가 생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전 필터링하고 필터링이 안 된 경우라도 이번과 같이 즉각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외에도 조선구마사에 대한 기업들의 광고 철회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드라마에 광고하는 기업들의 목록이 공유되면서 불매운동 조짐이 벌어지는 데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날 기준 KT, 코지마, LG생활건강, 에이스침대, 호관원, 뉴온, 반올림피자샵, 광동제약 비타500, 바디프랜드, 하이트진로, 블랙야크, 쿠쿠, 쌍방울 등이 제작 지원 및 광고 중단 사실을 알렸다. 나주시는 관내 나주시영상테마파크 사용과 관련해 체결했던 제작 지원 계약을 철회했다.
조선구마사는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대군 등이 악령으로부터 백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내용의 퓨전사극이다. 1회에서 충녕대군이 구마 사제인 요한 신부(달시 파켓)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에서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 중국풍 소품이 등장하며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또 태종이 이성계의 환시를 보고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거나 충녕대군이 역관에게도 무시당하고, 구마 사제에게 일어서서 술을 따르는 등 조선 왕실을 고의적으로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와 관련 "조선구마사에 관한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매우 크다"며 "특히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조산구마사 제작진은 중국풍 소품 사용 등은 인물들을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 무당을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이라는 장소를 정했다"며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며 "향후 제작에 유의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제작진의 해명에도 청와대 게시판엔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여론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한편 이 드라마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한낱 지라시'라고 일컫는 대사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