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선언 하라"…文대통령 백신 접종 간호사, 협박 당해

입력 2021-03-24 17:31   수정 2021-03-24 17:33


문재인 대통령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 영상을 놓고 일각에서 "주사기를 바꿔치기 했다"며 음모론을 제기한 가운데 백신을 직접 접종한 서울 종로구청 소속 간호사가 일부 단체 등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질병관리청과 종로구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지난 2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공개된 영상에서 간호사는 주사기를 들고 백신을 추출한 뒤 백신과 뚜껑을 뺀 주사기를 들고 가림막 뒤로 갔다가 다시 나와 대통령에게 접종했다.

이때 대통령에게 접종하기 직전 주사기에 뚜껑이 씌어있어서 '리캡' 논란이 발생했다. 주사기 캡을 열고 백신을 추출했는데 가림막 뒤에 갔다 온 뒤에 다시 캡이 씌워져 있는건 자연스럽지 않다며 가림막 뒤에서 주사기를 '바꿔치기' 했다는 게 의혹을 제기한 이들의 주장. 이들은 종로구 측에도 폐쇄회로(CC)TV 등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 논란이 커지면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 직접 백신 접종을 한 간호사의 신상정보 등이 공개됐다. 이 간호사는 일부 단체와 개인 등으로부터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등의 협박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로구는 해당 의혹에 대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종로구는 "도대체 무슨 정보를 공개하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면서 "우리가 '주사기 바꿔치기'를 왜 하겠는가. 상식적으로 이런 의혹 제기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질병관리청은 백신 바꿔치기 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에 대해 불안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질병청은 "예방접종 시 주사기 바늘에 다시 캡을 씌웠다가 접종 직전 벗기고 접종한 것은 분주(주사액을 주사기별로 옮김) 후 접종 준비작업 시간 동안 바늘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상시라면 분주 후 바로 접종하지만, 전날에는 촬영으로 인해 분주 시점과 접종 시점과 시간 차가 생기면서 오염이 우려돼 캡을 씌웠다는 게 질병청 설명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 역시 이날 백브리핑에서 "오염 방지를 위해 캡을 씌울 수 있다"면서 "의료인이 오염이 가장 덜 되는 방법으로 작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상식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아마도 의아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명백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온라인 게시물 삭제 및 차단을 의뢰하고 있다. 경찰청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국민 불안감을 키울 수 있는 허위정보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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