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후보물질 확보에 투자 수익까지…'바이오 투자' 열 올리는 전통제약사

입력 2021-03-24 17:17   수정 2021-03-25 02:18


전통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는 유망 바이오벤처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건 이제 기본이다. 일부 제약사는 정관상 사업목적에 ‘엔젤 투자’를 추가, 이제 막 태어난 바이오벤처를 직접 키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운 좋으면 ‘투자 대박’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전통 제약사들을 바이오업계의 ‘큰손 투자자’로 변신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사 ‘부캐’는 바이오 투자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엔젤투자 및 창업 인큐베이팅’을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바이오 벤처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해주겠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해당 회사의 주식을 일부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벤처기업은 돈 걱정을 덜고 R&D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 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바이오 벤처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동구바이오제약도 최근 사업목적에 ‘신기술사업자,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리·운영 사업’ 등을 추가했다. 회사의 ‘부캐’(부캐릭터)였던 투자사업을 ‘본캐’(본캐릭터)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투자한 지놈앤컴퍼니와 뷰노가 잇따라 상장하면서 보유 주식가치가 크게 뛰었다. 또 다른 투자기업인 노바셀테크놀로지와 바이오노트, 디앤디파마텍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대웅제약은 한발 앞선 지난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에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하며 “바이오 벤처를 직접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파이프라인 확보에 투자수익까지
제약사들이 바이오 벤처 투자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분 투자를 통해 유망 벤처가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개발 또는 판매권리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다. 해당 분야 관련 정보를 얻는 건 덤이다.

2016년 바이젠셀에 투자한 보령제약(지분율 29.5%)이 이런 케이스다. 보령은 지분투자를 계기로 바이젠셀의 면역세포치료제(VT-EBV-N)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갖게 됐다. 2019년 종근당홀딩스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오케스트라에 50억원을 투입한 것도 ‘파킨슨 및 루게릭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측면이 컸다. 두 번째는 차익을 노린 단순 투자다. 제약사는 바이오업계의 기술 및 투자동향을 꿰뚫는 ‘눈’을 가졌다는 점에서 투자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홀딩스가 그렇다. 이 회사는 10여 년 전부터 단순투자 형태로 여러 바이오벤처에 투자해왔다. 오래전 사들인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케어랩스 보유지분을 지난해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거뒀다. 작년에 녹십자홀딩스가 각각 40억원과 26억원어치 주식을 매입한 진캐스트와 메디베이트가 상장하면 또 다른 투자성공 스토리를 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다양한 업체를 ‘투자 바구니’에 담은 건 휴온스글로벌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새로 매입한 종목만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콜마비앤에이치 아리바이오 대봉엘에스 등 9개에 달한다. 주로 바이오업체이지만, 치킨업체(교촌에프앤비)도 매수 리스트에 올릴 정도로 업종이 다양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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