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한국투자공사(KIC)와 손잡고 총 1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유망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수소 등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기존 조선·건설기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신사업을 개척해 기업가치 극대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사업 프로젝트는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39·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양사는 최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AI·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선박 자율운항 △수소연료전지 등의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KIC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정 부사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가치는 미래 성장동력에 달려 있다”며 “글로벌 기업 인수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신사업 계획을 현실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부터 조선업 이외의 신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서울아산병원과 손잡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엔 AI를 활용한 자율운항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 ‘아비커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주사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정 부사장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발족한 ‘미래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수소사업 협력 방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2018년부터 선박 정비, 수리 관련 서비스 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등 굵직한 M&A가 마무리되면 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부사장은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글로벌 조선사 중 처음으로 참가해 로봇 등 신사업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조선부문 중간지주), 현대중공업(조선 사업회사) 등으로 사명이 지나치게 복잡해진 것도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합병이 완료되는 시점에 사명 변경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도 이날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제47기 한국조선해양 정기주주총회에서 가삼현 사장과 공동명의 인사말에서 “전기와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연료 선박 부문의 독자기술 확보와 상용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첨단 IT를 활용해 경제적 운항이 가능하면서 친환경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스마트 선박에 대한 고도화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이날 2년 임기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25일 열리는 현대중공업지주 주총에도 권 회장의 연임 안건이 상정돼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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