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왼쪽)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오른쪽)이 “올해 미국 경제가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23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 자리에서다.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은 작년 3월 제정된 코로나19 구제 법안(케어스 액트)에 따라 분기마다 의회에 출석해 경기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파월 의장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되지만 특별히 심각하거나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Fed가 정책 결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지난 1월 기준 1.5%였다. Fed는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 인플레이션 중간값이 2.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 급등할 수 있는 최대값은 2.5%로 봤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2.0%(중간값 기준)로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5년간은 물가 상승세 둔화(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셌다”며 “일시적인 물가 급등이 이런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분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긴축 전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파월 의장 발언의 요지다.
옐런 장관도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내년엔 완전 고용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6.2%로, 작년 4월의 최고치(14.8%)보다 크게 낮아졌지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전이던 지난해 2월(3.5%)에 비해서는 높다. 당국은 작년 2월 수준의 실업률을 완전 고용 상태로 판단한다. 옐런 장관은 또 “세제 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인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 등의 발언이 전해진 뒤 채권시장은 빠르게 안정됐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연 1.63%로 전날보다 0.06%포인트 하락했다.
그는 “억눌린 수요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과거 수십 년간 봤던 것보다 더 강력한 성장을 목도할 것”이라며 “작년 3~4월 물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다음달부터 두 달간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물가가 급등해도 Fed가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Fed는 이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 관련 위원회를 2개 신설했다. 금융안정기후위원회와 기후감독위원회다.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연구하고, 잠재적 위험에 대응할 방안을 찾자는 취지다. 파월 의장은 “기후변화는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기후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룰 조직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SEC는 기후변화 관련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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