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남미 최대 항구인 브라질 산토스 항구에선 수출용 물류 병목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수출을 기다리는 상품 규모에 비해 컨테이너선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에서 소비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선박량은 예전 그대로다.
세계 최대 해운기업인 덴마크 AP몰러머스크는 “물동 수요가 급증해 일대에서 컨테이너선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며 “기존엔 쓰지 않을 고장나거나 오래된 선박까지 수리해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최대 커피 창고기업인 디나모 관계자는 “상품이 선적되기까지 예년보다 최소 15일 정도 더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브라질의 기후변화도 물류 병목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질에서 대두 수출이 급증하는 시기는 매년 1월부터 두세 달간이다. 설탕은 매년 4월께 수출이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올해는 가뭄 때문에 대두 재배·수확 시기가 늦어져 대두와 설탕의 수출 시기가 겹쳤다. 이로 인해 상품 운임이 급등했다. 산토스항 일대 초과 정박 요금은 하루 1만8000달러대에서 최근 3만달러로 뛰었다. 미국의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남미에서 들어오는 상품 운송비가 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세계 커피 원두의 약 40%를 공급한다. 세계 대두 시장의 36%,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 생산량은 39%를 각각 차지한다. 브라질발 물류난으로 세계 식량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브라질 커피 수확량이 가뭄 타격을 입은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선물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콩 가격은 24% 상승했다. 지난달엔 미국 내 커피콩 재고량이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설탕값은 이미 지난달 말 최근 4년 사이 최고치까지 올랐고 대두 가격은 7년 사이 최고 수준”이라며 “물류난이 장기화돼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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