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교육과정 개편(2022년)을 앞두고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정보교육학회 한국정보과학학회 한국컴퓨터교육학회 등 7개 정보교육 관련 학회가 뭉쳐 ‘정보교육확대추진단’을 꾸린 것이다. 지난 23일 연 첫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이대로 가다간 전 국민이 ‘디지털 문맹’이 될 수준”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보교육확대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스쳐 지나가는 수준’의 컴퓨터 공교육”이라며 “초·중·고교에서 매주 최소 1시간은 의무 교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34시간인 의무 교육을 102시간으로 세 배로 늘리자는 주장이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건 ‘수업’이라고 하기도 힘든 수준의 정보 교육량 때문이다. 정보 과목이 독립교과로 운영되는 것은 의무 시수 34시간이 배정된 중등과정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는 게 현장 교사들의 평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정보교사는 “중학교 3년 중 1년에 몰아서 주 1시간씩 두 학기를 가르쳐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 정도도 나은 편이다. 초등학교는 실과 과목의 일부로 17시간을, 고등학교는 아예 선택과목으로 지정해 존재감조차 찾기 어렵다. 400시간(중학교 기준)이나 되는 국어 수학 수업시간과는 완전히 다른 대접이다.
선진국은 어떨까. 영국과 중국, 인도 등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연간 최고 70시간을 소프트웨어(SW) 교육에 투자한다.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기초교육에 허겁지겁 매달리고 있는 한국의 대학교육과 달리 이들 국가가 AI 원천기술을 학습한 고급 인재를 대거 배출할 수 있는 배경이다.
우리의 정책 부재는 이미 10년간 이어져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보교사 임용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때가 2010년. 직전 교육과정 개편 시기였던 2015년에 SW 교육 의무화 등 강화 기조가 일긴 했지만 산업 현장이 바라는 수준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요·공급이 균형을 잃다 보니 컴퓨터교육과 졸업생들마저 대기업 취업에 나서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교사의 채용과 처우를 늘리고, 일선 교사들의 임용고시 과목에서 컴퓨터 관련 평가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는 이유다.
이날 포럼에 참석했던 정찬효 선린인터넷고 학생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프로그래머의 꿈을 키웠지만 공부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학원밖에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친구들이랑 늘 서로 물었어요. 왜 우리 학교에는 컴퓨터 과목이 없을까라고요.”
올해 하반기 새 교육과정 개편의 총론이 발표된다. 다시 7년을 기다릴 순 없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