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법원 판결 요지는 교육청이 행정재량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자사고 재지정에서 평가기준을 갑자기 바꾸었고, 이를 미리 알리지 않았으며, 5년간 소급 평가까지 한 것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다른 자사고들도 줄줄이 예정된 행정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아가 자사고 외에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를 일반고로 바꾸겠다는 ‘고교 평준화’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현 정부는 2019년 이른바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으로 2025년 3월까지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방침을 발표했다. 일선 교육청이 잇따라 패소한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도 당시 평준화 정책에 맞춰 서두르다 행정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이 법원에 의해 바로잡혀 가는 셈이다.
이번 일련의 판결을 계기로 헌법의 기본권과 학생의 선택권을 부정하는 획일적 평준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행정의 ‘절차와 과정’을 문제 삼았지만, 교육당국과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진 메시지는 거칠게 달려온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수월성 엘리트 교육의 장점은 원천 부정되고, 사학(私學)의 건학이념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한국 교육의 딱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전교조가 교단을 장악한 공교육이 나아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학교 교육이 AI(인공지능)·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 코로나 쇼크로 교육격차만 확대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당국이 더 이상 학교와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부채질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세계 각국은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혁신에 몰두하고 있다. 학생에게는 더 많은 선택권을, 학교에는 자율과 책임을 줘야 한다. 학생수 급감에도 매년 비대해지는 교육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공교육을 조기 정상화하는 게 교육부와 교육청이 매진해야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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