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0.3%, 0.4% 올랐다.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고,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주식을 선별했다. 바누 바웨자를 비롯한 24명의 UBS 애널리스트들은 23일(현지시각) 15개의 미국 상장 종목에 ‘매수’ 의견을 냈다.
UBS는 글로벌 제과업체 몬델레즈(MDLZ)가 지난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몬델레즈는 오레오 쿠키, 리츠 크래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UBS는 몬델레즈가 지난 10년 동안 매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가격을 결정할 힘이 있는 기업들도 UBS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탄산음료 브랜드인 큐리그 닥터페퍼(KDP), 주택 용품 유통업체인 홈디포(HD)와 로우스(LOW), 공구 등 산업용 도구를 판매하는 스탠리 블랙&데커(SWK) 등이다.
UBS는 산업 자동화 업체이자 냉동 유통망 기업인 에머슨 일렉트릭(EMR)도 추천했다. 에머슨 일렉트릭이 냉난방과 환기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다. 산업현장에서 유지, 보수, 수리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는 W.W.그레인저(GWW)는 재고 물품이 많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많은 양의 재고 가격도 올라가고,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보유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스포츠카로 알려진 페라리(RACE)는 자동차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가 주식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페라리가 자동차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기기 위해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를 확대한다고 내다봤다.
사이버아크소프트웨어(CYBR)는 기업들이 사이버 보안에 쏟는 돈이 많아지면서 수혜를 볼 전망이다. 특히 미국 정부 기관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에서 사용하던 솔라윈즈(SWI)가 최근 대규모 해킹을 당했기 때문에 사이버아크가 반사 이익을 본다는 분석이다.
UBS는 전력회사 엑셀론(EXC)도 추천했다. 원자력 회사 엑스젠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섬유업페 암페놀(APH)에 대해서는 “업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올해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맥도날드에 대해서는 동종 업계의 경쟁 기업을 앞지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코로나19 백신을 테스트하는 다나허(DHR)도 추천했다. 제약 회사인 캐털란트(CLTL)도 코로 백신 접종으로 혜택을 본다는 전망이다.
생명과학, 화학 연구실 등에 실험용 기기와 소프트웨어, 소모품을 제공하는 애질런트(A)도 화학·에너지 섹터 업종 중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프랑스의 기차 제조업체인 알스톰(ALO), 스위스의 산업용 로봇·자동화 기업인 ABB(ABB)를 꼽았다. UBS는 재무지표 등 기업의 기초체력이 좋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유럽 은행인 유니크레딧(UCG), 산탄데르(SAN)와 영국 은행인 로이드(LLOY)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많은 양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경쟁력과 가격 결정력이 강한 배송 기업인 도이체 포스트 DHL 그룹(DPW)도 추천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의 부동산 회사인 미츠비시 부동산, 스미토모 리얼티가 인플레이션 국면에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격 결정력이 강한 중국의 가전회사 하이얼, 메이디그룹을 꼽았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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