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고된 고위공직자의 재산은 평균 14억1300만원으로 전년 신고액보다 1억3000만원 불어났다. 주택 공시가격과 주가지수가 오른 덕분이다.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실거래가로 현실화되면서 숨어 있던 재산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고위공직자 중 절반은 땅을 소유하고 있고, 17명(2.2%)은 3기 신도시가 포함된 지역의 토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벌여왔음에도 여전히 중앙부처 공직자 네 명 중 한 명은 두 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보다 1억2764만원 증가한 20억7692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취임 전 사저였던 경남 양산시 주택과 땅, 새로 매입한 지산리 부지 등이 포함됐다. 펀드 수익도 소폭 났다.
청와대 참모진 중에선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3억원 늘어난 45억3300만원을 신고해 재산이 가장 많았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1억6800만원이 증가한 119억31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국무위원 중 1위를 차지했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117억원), 이강섭 법제처장(117억원)의 재산도 10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수도권에 땅을 새로 매입한 고위공직자도 다수 있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작년 배우자 명의로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토지(1119㎡)를 사들였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3억420만원으로, 3기 신도시인 남양주 왕숙지역과는 떨어져 있다. 최 수석은 이곳에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건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 장차관급 중 가장 많은 토지 재산(약 18억원)을 신고한 서호 통일부 차관은 작년에 공시지가 13억4000만원 규모의 서울 이문동 땅 2필지를 배우자와 함께 매입했다.
박성재 이북5도청 황해도지사(광명),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남양주),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하남) 등은 3기 신도시 편입 토지를 보유했지만 상속받았거나 수십 년 전에 매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양주 왕숙 신도시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의 금곡동 임야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상속 재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부처 장·차관 등이 줄줄이 보유주택을 매각해 1주택자가 됐더라도 대부분 강남지역의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두고 세종 등 지방의 주택을 파는 모습을 보였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과 손명수 2차관은 각각 강남구 논현동, 송파구 오금동의 아파트를 그대로 보유한 채 세종시 주택을 처분했다.
특히 올해는 공직자의 대규모 비상장주식 보유 신고가 잇따랐다. 그동안 액면가액으로 신고했던 비상장주식의 평가 방법이 올해부터 실거래가 또는 세법상 평가가액으로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강영수 인천지방법원장은 배우자가 베어링아트 3만 주, 일진 1만5000주 등 비상장주식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이 주식의 신고액은 지난해 4500만원에서 올해 410억원으로 뛰어 강 법원장의 재산(499억원)이 전체 법조인 중 1위를 하는 데 일조했다. 이승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00억원), 강승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5억원), 이강섭 법제처장(18억7000만원)도 상당 규모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황서종 인사처장은 “올해 ‘공직자 재산 집중심사단’을 첫 시행해 의심 거래와 재산 형성 과정을 심사하고 위법 행위 적발 시 강력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안효주/강영연 기자 agatha77@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