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쓴 《새의 언어》도 조류 도감이다. 책에 실린 총천연색 삽화 330여 점은 금세라도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듯 세밀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증명사진처럼 딱딱한 여느 도감류의 삽화와 달리 시블리의 그림에는 새의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다. 등에 새끼를 태우고 헤엄치는 검은부리아비에게서는 모성애가, 무더운 낮에 그늘을 찾아 쉬는 갈색풍금새에게서는 노곤함이 느껴진다. 50년 넘게 새를 관찰해온 저자의 경험과 시각이 그대로 그림에 투영됐다.
그림책과 도감, 과학 교양서와 에세이의 장점을 절묘하게 버무린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삽화에 곁들인 설명에는 새에 대한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이 정리돼 있다. 예컨대 독수리는 1㎞ 앞 산비탈에 있는 토끼를 포착할 정도로 시력이 뛰어나 ‘좋은 눈의 대명사’로 불리는데, 이는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다른 새보다 다섯 배나 많아서다. 또 독수리는 두 눈이 각각의 방면을 완벽하게 포착할 수 있어 사각이 사실상 없다. 이런 설명은 독수리의 시야를 묘사하는 작은 삽화 두 개를 통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새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도 친절하게 풀어준다. 새가 날면서도 노래할 수 있는 건 폐가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새는 결코 숨이 차지 않는다. 또한 새는 기초대사량이 높기 때문에 매일 밤마다 체중의 10%를 잃고, 깨어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는다. 인간이 새와 같은 비율로 먹으려면 매일 큰 피자 27판을 먹어야 한다.
책에 실린 아름다운 삽화를 감상하며 설명을 읽다 보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동물행동학자인 이원영 박사가 감수를 맡아 번역의 질도 높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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