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북아일랜드에 사는 다라 매커널티는 자폐 증상이 있는 15세 청소년이다. 그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괴롭힘과 불안 속에서 살았다. 그의 닫힌 마음은 경이로운 자연 세계를 만나 문을 열게 됐고, 자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됐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얻은 생각과 깨달음을 일기로 담았고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라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이 책에서 4계절 내내 숲과 정원에서 만난 자연의 친구들을 자신의 언어로 써내려간다. 다라가 느끼는 봄은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창이다. 민들레와 미나리아재비가 햇살처럼 화사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벌들에게 이제 나오라고 신호를 보낸다. 익숙한 것이 계속 변해가는 모습에서 매년 경이롭고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한다. 한편으로는 대륙검은지빠귀의 요란한 노랫소리에 잠을 깨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시작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산책은 다라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다. 가족이 함께 산책하러 나가면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야단법석이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갑자기 나타난 깃털, 천천히 기어가다 날개를 붕붕 펼치는 딱정벌레 같은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산책이 중단되기 일쑤다.
다라는 부모님,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산다. 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든 가족이 자폐 증상이 있다. 그의 가족은 북아일랜드 남서부의 퍼매너카운티에서 동쪽의 다운카운티로 집을 옮겼다. 새로 이사 간 집에서도 그는 매일 길 건너편 숲을 탐방하고 그 공간을 즐기며 친구를 사귀듯 알아간다. 그의 가족은 낯선 환경에서도 서로를 보듬는다. 그리고 자연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세상에 나아간다.
주변 사람들은 처음에 그가 한 단락도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라고 비웃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화산처럼 끓어올라 글로 쏟아져 나왔다. 유명인사가 된 그는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의 홍보대사에 위촉돼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며 자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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