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티카로스 대표(사진)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CAR-T 플랫폼에 항체만 갈아끼우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티카로스는 다이노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재원 대표가 최경호·최은영 서울대 의대 교수와 같이 세운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이다.
티카로스는 국내 항암제 개발 업계가 주목하는 ‘다크호스’로 꼽힌다.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에 암세포를 추적할 수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붙인 약이다.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도록 면역세포를 개량한 것이다. 2017년 미국에서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상용화된 이후 모두 4종의 CAR-T 치료제가 나왔다. 말기 혈액암 환자가 완치될 정도로 효능이 뛰어나지만 전체 암 환자 중 95%에 해당하는 고형암은 아직 미개척 영역이다.
이 대표는 고형암 정복을 위해 넘어야 할 관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고형암은 혈액암보다 암세포들이 더 단단하게 뭉쳐 있어 CAR-T 치료제가 침투하기 어렵다. 둘째, 고형암에선 암세포들이 주변 산소와 pH 농도를 바꿔놓아 면역세포의 활동을 방해한다. 셋째, 혈액암에 비해 항체가 공격해야 할 항원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다. 이 대표는 “상당수 업체들이 T세포 속 유전자를 조작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암세포와 T세포를 이어주는 연결 부위까지 바꿀 수 있어야 고형암 정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티카로스는 고형암 정복을 위한 플랫폼 기술을 3개나 보유하고 있다. 가장 개발이 빠른 건 ‘클립 CAR-T’ 기술이다. 이 기술은 암세포와 결합하는 T세포의 접촉면을 넓히는 기술이다. T세포라는 폭탄의 폭발 면적을 넓혀 치료 효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이 기술을 적용한 림프종 대상 파이프라인 ‘TC011’로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T세포 속 유전자를 개량하는 ‘컨버터 CAR-T’ 기술도 확보했다. T세포 내부에서 면역 억제 신호를 내보내는 CTLA4 단백질의 특정 부위를 CD28로 바꾸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면역 억제 신호가 활성화돼 T세포의 활동이 더 왕성해진다. 여기에 ‘미사일’의 표적 종류도 늘렸다. 티카로스는 항체를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다양한 암 항원들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스위처블 CAR-T’ 기술도 갖고 있다. 암세포와 암세포 속 혈관세포에서 동시 발현하는 항원을 대상으로 한 항체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동물실험에서 컨버터 기술을 적용했더니 킴리아보다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다”며 “자체 항체와 컨버터·클립 기술을 적용해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티카로스는 림프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내년 안에 마친 뒤 2023년 초 상장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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