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출을 내준 북시흥농협의 토지담보대출이 광명시흥 공공택지지구 발표가 나기 직전 1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신도시와 안산 장상신도시 인근 지역농협에서도 토지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농협이 외지인의 토지 투기 자금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시흥농협은 지난달 14일 지정된 광명시흥 택지지구를 영업구역으로 둔 지역농협이다. 지역농협은 해당 농협이 있는 시·군·구 단위의 토지에 대해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광명시흥 택지지구에서 벌어진 LH 직원들의 투기도 대부분 북시흥농협의 토지담보대출을 받아 이뤄졌다.
특히 ‘비조합원’ 위주로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북시흥농협이 투기꾼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시흥농협의 비조합원 토지담보대출은 2019년 249억원에서 지난해 말 513억원으로 급증했다. 준조합원 대출도 78억원에서 211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조합원에게 돈을 빌려줘야 할 지역농협이 땅을 사놓고 보상을 받으려는 ‘외지인’의 돈줄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산 장상 공공주택지구가 영업구역인 안산농협의 토지담보대출도 신도시 발표 직전 1년간 급증했다. 2018년 5월부터 발표가 나기 한 달 전인 2019년 4월까지 43억7700만원의 토지담보대출이 나갔는데, 전년 같은 기간(17억4000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안산 장상 공공주택지구는 2019년 5월 지정됐다.
이날 참여연대의 발표에 따르면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 필지 11건에 대한 LH 직원들의 투기 내역을 분석한 결과 평균 DSR은 81%로 나타났다. 한 직원은 DSR이 144%에 달해 연봉을 훌쩍 넘겼다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도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근거해 40~70%를 적용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비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내부 규정이나 지침으로 관리해왔다”며 “(앞으로는) 다르게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행정지도를 통해 규율하는 비주택담보대출의 규제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진우/임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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