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7시6분, 7시25분께 북한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50㎞, 고도는 약 60㎞로 추정됐다. 합참 관계자는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북한의 추가 발사에 대비해 철저한 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비행거리와 고도를 감안할 때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종류 중 하나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월 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시험 발사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말했고, CNN방송은 미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발사체 종류가 탄도미사일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 나흘 만에 다시 도발 강도를 높여 탄도미사일 2발을 쏜 데 주목하고 있다.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순항미사일 발사에 사실상 무시 전략으로 대응한 미국을 한층 더 자극하기 위해 유엔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을 동원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북한의 돌발적인 군사행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군 관계자는 “향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무력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가 일각에선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현재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 정부를 향한 강온 양면전술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력 도발 강도를 계속 높이며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다가 한발 슬쩍 뒤로 빼며 못 이기는 척 대화 제의를 수용하는 전형적인 치고빠지기식 책략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미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과 발사 배경·의도 등을 정밀 분석하기로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