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2주 앞두고 난데없이 17대 대선이 정치권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가 일제히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MB(이명박) 아바타’ 공세를 퍼부으면서다. 25일에도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MB 아바타가 서울 시민의 삶과 미래를 다시 장악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의 ‘MB 공세’가 아니더라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14년 전 대선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계 정당이 집권한 가운데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다.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한 국민의 실망이 ‘정권 심판론’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보수 계열 정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여당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공통점이다. 여당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흑색선전에 주력하고 있다. 보수 정당 후보의 해명이 의혹을 깔끔히 씻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점도 비슷하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상대 후보의 해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고 진실은 무엇인지 유권자는 헷갈리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도 이명박-정동영 구도를 연상하게 한다. 오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임 서울시장을 지냈고 ‘합리적인 보수’ 이미지가 강점이다. 박 후보는 MBC 앵커 출신 정치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다스 실소유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하는 등 당내 ‘저격수’로 활약했다. 여기에 박 후보에게 정계 입문을 권유한 사람이 정동영 전 의원이었다는 점도 묘한 데자뷔를 이룬다.
2007년 대선은 국민에게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뽑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를 포기한 사람이 많아 역대 대선 중 최저인 63.0%의 투표율에 그쳤다. 네거티브에만 집중해 정작 본인의 강점을 보여주지 못한 정 후보는 역대 최대 표 차인 531만7708표 차로 낙선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나 ‘LH 사태’ 등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대책 없이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해선 14년 전 상황이 2021년 서울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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