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엔 이런 속담이 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
토마토는 빨갛게 익을수록 ‘리코펜’이란 물질이 많이 나온다. 리코펜은 혈관 속 콜레스테롤을 산화시키고 세포를 손상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건강에 도움이 된다.
토마토는 어떤 요리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국경을 넘어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각종 소스와 주스로도 활용한다. 원산지는 페루, 칠레, 에콰도르 등 남미다. 남미의 인디언들은 기원후 700년 무렵부터 토마토를 재배했다. 대항해 시대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에 퍼졌고, 17세기 초 한국에 들어왔다. 전 세계 토마토 품종은 5000가지가 넘는다. 새콤달콤하고 다양한 토마토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한국에도 140여 종의 토마토가 있다.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지만 야생종 중에는 1㎝ 이하의 콩알만 한 품종도 있다. 모양도 원형 타원형 계란형 사각형 표주박형 납작형 등 셀 수 없이 많다. 토마토가 꼭 빨간 건 아니다. 아주 연한 크림색부터 노란색, 주황색, 녹색, 분홍색, 보라색, 검정색 등이 있다.
허니 토마토, 애플 토마토, 스테비아 토마토 등 고당도의 특수 토마토는 최근 2년 새 매출이 세 배 이상 늘었다. 허니 토마토의 당도는 10브릭스, 애플 토마토의 당도는 9브릭스로 일반 방울토마토의 6~7브릭스보다 높다. 망고처럼 단맛이 강해 ‘토망고’로 불리는 스테비아 토마토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쿠마토’로 불리는 흑토마토, 토마주르, 미니마토도 있다. 흑토마토는 검붉은색으로 맛과 영양을 고루 갖췄다. 토마주르는 ‘토마토’와 프랑스어로 지중해라는 의미의 ‘아주르’의 합성어로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지중해의 맛’을 선사한다.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미니마토는 식감이 부드럽고 색깔별로 맛이 다양하다. 대추방울토마토 중 ‘스위텔 레드’란 품종은 껍질은 얇지만 과육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하다. 파스타 등에 넣어 볶아도 모양이 잘 유지된다.
‘짭짤이’로 불리는 대저토마토는 초봄이 제철이다. 낙동강 하류에 있는 부산 대저동에서만 나는 토마토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양에 염분이 많은 해안지대 특성 때문에 아삭한 맛이 살아 있고 단맛 신맛이 조화롭다. 가격이 비싸지만 연중 대저토마토의 제철만 기다렸다가 사는 마니아가 많다.
강원 영월의 그래도팜이 생산하는 유기농 대추방울토마토는 ‘기토(기적의 토마토)’로 불린다. 봄 작기, 가을 작기 등에 걸쳐 100% 직거래하는데 주문 후 2주에서 두 달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살아있는 미생물을 이용한 유기농 기법으로 땅 자체가 살아 숨쉬도록 한 게 기토 맛의 비결이다.
그래도팜은 지난해부터 특수 토마토 ‘에어룸(heirloom) 토마토’ 15종의 재배도 시작했다. 에어룸은 ‘가보(家寶)’란 의미다. 에어룸 토마토는 종자 회사에서 사온 씨앗이 아니라 직접 열매에서 받아낸 씨를 길러낸 토마토다. 타이거렐라, 바나나레그 등 이름도 생소한 토마토지만 독특한 외형과 새로운 맛에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있다.프레제 샐러드
토마토는 계란찜을 만들 때 잘게 썰어 넣으면 상큼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양파, 가지, 소고기, 돼지고기 등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겹겹이 썰어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오일, 바질페스토를 올리면 간단하면서도 건강한 이탈리아식 ‘카프레제 샐러드’가 완성된다. 다진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토마토소스와 오랜 시간 끓여 라구 소스를 만들어두면 언제든 쉽게 감칠맛 나는 파스타를 즐길 수 있다.
토마토는 카레 요리나 유럽식 스튜와도 궁합이 좋다. 매콤하고 눅진한 맛에 새콤달콤한 산미를 더한다. 토마토를 건조해 올리브유와 건조마늘, 천일염, 건바질 등을 넣고 숙성하면 ‘선드라이 토마토’가 된다. 냉장 보관했다가 빵에 올려 먹거나 각종 치즈와 곁들여 브루스케타, 토마토 피자를 완성하면 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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