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인수합병(M&A) 대어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사실상 대기업들 간의 경쟁으로 치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기존 투자회사인 홈플러스를 앞세워 참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24일 M&A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 문제와 관련해 자문사를 선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MBK파트너스 측은 "홈플러스가 앞에 나설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어떤 식으로든 이베이코리아와 홈플러스 간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인수 구도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주체가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지난주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주관한 예비입찰에는 홈플러스(MBK파트너스) 외에도 롯데쇼핑과 이마트, SK텔레콤, 해외직구 플랫폼 큐텐(Qoo10) 등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이베이코리아 몸값은 3조~5조원이다.
MBK파트너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아픈 손가락' 홈플러스가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 경쟁력을 대폭 보강하면 홈플러스의 매력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는 2015년 7조2000억원에 MBK파트너스에 인수됐지만, 이후 급변하는 유통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될 당시만 해도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마트업계 톱3 안에 드는 인기 매물이었다. 그러나 유통시장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한 데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홈플러스 경영난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처음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추가 증자도 함께 단행했다면 미국 월마트 사례처럼 물류센터 거점화를 추진하는 등 온라인 체질개선이 쉬웠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베이 인수전에 홈플러스가 직접 나설 경우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그 중 하나는 보유한 부동산 자산들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대상인 이베이 주식가치를 담보로 동원하는 인수금융은 전체 거래대금의 50%까지로 제한된다. 만약 MBK파트너스가 직접 인수에 나서면 나머지 50%에 대해 새 펀드의 출자금을 동원하게 되지만, 홈플러스를 인수 주체로 내세우면 부동산 담보 대출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모자란 자금은 MBK파트너스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로 채울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도 7조원 중 6조원이 부동산 가치라고 봤을 정도로,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들의 담보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걸 활용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기존 LP 입장에서도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아도 최대 5조원에 육박하는 이베이를 갖다 붙일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안산점, 대구점 등 점포들을 매각하며 자산유동화에 나서는 등 보유 부동산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 매물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회사를 덧붙인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7년 MBK파트너스는 1호 펀드를 동원해 딜라이브를 2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딜라이브가 직접 GS강남방송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을 여러 개 인수해가며 덩치를 키웠지만, 결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플랫폼 흐름에 대처하는 데 실패하며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MBK파트너스가 같은 전략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홈플러스를 살리려면 거대 e커머스 업체를 바로 갖다붙이는 방안 외에 뚜렷한 대안이 안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블라인드펀드의 미소진 자금이 막대한 만큼, MBK파트너스가 직접 인수 주체로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주체를 누구로 내세울지와 별개로, 홈플러스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베이 공동 인수에 나설 전략적 투자자(SI)도 물밑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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