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 대동맥 중 하나로 꼽히는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여전히 막힌 채다. 수에즈 운하 일대에 발이 묶인 선박은 200척 이상으로 늘었다. 각국 베테랑 예인전문기업들은 좌초된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예인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버기븐호와 관련된 일본·대만기업들에 수백만 건에 달하는 보험금 청구가 쏟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25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에즈 운하 양방향에서 이동이 정체된 선박은 206척에 달한다. 지난 23일 대만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운하 중간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른 채 좌초된 영향이다. 알자지라는 “수년내 최악의 해운 마비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날 여러 인양업체들은 일대를 실사했다. 준설전문기업 보스칼리스의 피터 베르도우스키 CEO는 "상황에 따라 작업이 수주간에 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에버기븐호의 선수와 선미가 운하 양쪽 벽에 거의 닿아있고, 무게는 엄청나다"며 "선적한 컨테이너와 평형수, 연료를 빼내는 한편 모래톱을 파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좌초 중인 에버기븐호에 균열이 생길 경우다. 이 경우엔 일반적인 예인 방법이 어려워 배를 빼내는 데에 훨씬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 뉴욕 포드햄대에서 국제해상법을 가르치는 로렌스 브레넌 교수는 "현장사진을 보면 현재 선미가 땅에서 떠있는 상태"라며 "이는 선박 중앙부에 상당한 압력을 줘 추가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최악의 경우엔 선박 절반 지점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버기븐호의 소유사와 용선사에 수백만 건에 달하는 보험금 청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납기일을 놓친 선박들이 선박 용선사인 에버그린 등에 보험금을 청구할 것”이라며 “의약품이나 식품 등 변질·파손되기 쉬운 물품에 대한 손실 비용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쏟아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에버그린호 사태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된다 해도 이미 피해를 입었다고 본 여타 해운사 등이 수백만달러 규모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버기븐호는 일본기업 쇼에이기센이 소유한 배다. 이를 대만 해운업체 에버그린이 장기용선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보험업계 관계자 다수를 인용해 "소유사와 용선사 양쪽 모두 보험청구를 엄청나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쇼에이기센은 에버기븐호의 선체 보험을 일본 MS&AD에 들고 있다. 영국 P&I클럽에는 책임보험을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에버기븐호급 선박은 통상 1억~1억4000만달러(약 1130억~1590억원) 규모 보험에 가입돼 있다.
수에즈 운하당국이 운하 훼손을 이유로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알리안츠(AGCS)의 라훌 칸나 글로벌 해운리스크 컨설팅부문 대표는 "이번 사태로 수에즈 운하 일대가 오염되거나 훼손된 경우 당국이 보험 청구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인 대기 기간이나 예인 도중 선박이 손상돼 연료가 흘러나오는 등 오염 사건이 벌어질 경우엔 에버기븐호 측이 수에즈 운하측에 배상해야 할 돈도 커질 전망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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