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 : 제가 발표해도 될까요?
선생님 : 좋아요. 현수가 발표할 테니 모두 경청해 주세요!
현수 :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료 2>는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신 대로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정확히 평균 수준의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흥미롭게도 전반적으로 평균을 전후로 해 비교적 서유럽 선진국이나 영미권 국가들의 최저임금 수준이 높고, 남미나 동유럽 등에서는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게 잡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최저임금 수준을 바탕에 둘 때, 한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경계선 근방에 있다는 것입니다. <자료 4>는 이러한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민소득과 최저임금은 상관관계에 놓입니다. 특정 국가를 짚을 경우 반례가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두 지표가 양(+)의 상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즉 국가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최저임금을 더 높게 지급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특히 그래프 상단에 있는 나라는 경제 수준에 비해 더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곳으로, 프랑스 일본 호주 영국 등의 국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최저임금을 통해 소득을 더 형평성 있게 분배하려는 국가의 기조를 암시합니다. 이 국가들이 빠짐없이 잘 알려진 선진국들에 해당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은 <자료 3>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최저임금으로 4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1주일에 60시간이 넘는 노동에 시달려야 합니다. 즉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에 최저임금이 넉넉지 않다는 뜻입니다.
자료를 종합해서 추론해보면 국가 전반의 수준을 올리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형평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진국이라 함은 단지 경제적 우열이나 규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자료에서의 많은 선진국처럼, 인간의 기본적 삶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적 약자나 최저수혜자들에 대해 정당하게 분배하는 국가는 집단 전체에 장기적인 동력을 부여하고 더 힘을 모아 효율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는 바탕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료를 통한 저의 논리적 추론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에만 입각해 최저임금과 같은 형평성의 가치를 도외시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 발전을 이룩했으므로, 이제부터는 효율성과 형평성의 조화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 현수가 정말 잘 말했습니다. 저는 오늘 수업에서 여러분에게 ‘사실’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제가 오늘 다른 자료를 가져왔다면, 이와는 전혀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었겠지요? 오늘 수업 시간에 같이 고민하고 배워보고자 했던 것은, 부분적인 사실을 토대로 해 여러분의 논리력으로 추가적인 정보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 보는 추론적 사고였습니다. 이와 같은 능동적 사고는 여러분에게 더 넓은 시야와 혜안을 갖게 도와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론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가끔은 여러분의 생각이 근거 없는 비약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생각을 견주고 토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음, 현수처럼 발표해보고 싶어서 아쉬워하는 학생이 보이는데요? 아까 발표하려고 손들었던 학생이 다시 도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자료를 보도록 할게요. 이 자료에 대한 해석을 끝으로, 오늘 수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자료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 자료는 신문에서 보도된 것입니다. 첫 번째 자료는 최근 5년 65세 이상의 고령 범죄자가 증가하는 추이를 보여주고 있으며, 두 번째 자료는 60세 이상 노인 및 독거노인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전달해 줍니다. 이 자료를 종합해 노인 범죄의 증가가 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지 설명해 볼 학생? 오, 예진이가 가장 먼저 손들었으니, 이번에는 예진이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생각을 정돈한 후 발표해보세요.
예진 : 네. 감사합니다. 제가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령 인구와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것은 고령 범죄 증가를 초래하는 원인에 해당합니다. 두 자료는 인과관계에 있으나 두 자료만으로 고령 범죄의 증가를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산다는 사실이 범죄로 이어진다고 해석하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인 범죄가 증가하는 숨겨진 원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로는 빈곤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의무였고, 여러 세대가 같이 한 가정에 사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청장년들과 부모가 떨어져 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는 노인을 부양할 가족 구성원이 없다는 것을 뜻하고, 소득이 없는 노인에게 생계적 곤란이나 빈곤은 범죄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는 정서적 소외 문제를 들고 싶습니다. 범죄적 행동은 단지 물질적 결핍 때문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거노인의 증가는 노인의 소외감, 부적응, 불안 등의 감정을 부채질하고, 이는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마 사회적 적응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족 구성원 내에서 노인에게 새로운 사회 변화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는 이들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나 인공지능 등에 대해 원활하게 배울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면, 노인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쉽게는 버스에 태그하고 승하차하는 절차와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전혀 의도치 않게 교통범죄를 일으키는 상황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처럼 물질적·정서적·교육적 요소 등에서 결핍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노인에게 범죄가 늘어나고 있지 않을까요? 이는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에게 앞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므로, 사회적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할 것입니다.
선생님 : 감사합니다. 예진이도 매우 잘 설명을 해주었네요. 더 이상의 보충설명이 필요없겠어요. 예진이가 개연성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여러분도 추론의 설득력을 올리기 위해 자료 간의 인과관계 등을 바탕으로 논리적 개연성을 만들어 보세요. 다른 학생도 추론할 수 있는지 간단히 확인해보고자 다음 시간에는 오늘 다룬 자료를 바탕으로 추론의 수행평가를 전원에게 실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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