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통행을 막아 사흘째 통행이 마비된 수에즈 운하에서 악재가 더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주말에 해상 폭풍이 일 수 있다는 기상 예보다. 현실화될 경우 예인·준설 작업이 연기돼 전례없는 해운난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말에 해상폭풍…강풍에 높은 파도 예상
25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기상당국은 오는 27~28일 홍해와 수에즈만 일대에서 해상 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집트 기상당국은 이 시기 최고 시속 80km으로 바람이 불고, 파도는 6m 이상으로 높게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예보가 현실화되면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고 있는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예인 작업이 상당한 난관을 겪을 전망이다. 운하 일대에 모래바람이 불어 예인선의 시야 확보가 어려워져서다. 에버기븐호가 좌초된 지난 23일에도 강풍에 모래폭풍이 발생해 에버기븐호의 방향을 잡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 중인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 등으로 우회해가기도 더 힘들어진다. 이집트 기상당국은 "해상 폭풍이 발생하면 일대 선박 항행이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강풍이 불면 좌초된 에버기븐호의 무게중심을 잡기도 어렵다. 에버기븐호가 높이 쌓아 싣고 있는 컨테이너들이 바람의 영향을 받아서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에버기븐호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2만2000개 실을 수 있고, 최근 해운 수요가 급증해 거의 적재량을 꽉 채운 상태”라며 “한껏 쌓아올린 컨테이너들이 사실상 돛 역할을 해 강풍이 불 때마다 배의 무게중심을 흔들어 예인 작업이 어렵다”고 보도했다.
"밀물 온다" 기대했는데…골든타임 놓치나
이번 폭풍으로 배를 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28일께는 당초엔 밀물이 들어와 수에즈운하의 수위가 40cm 이상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시기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오는 28~29일 중 에버기븐호를 띄우지 못하면 밀물이 다시 올 때까지 12~14일 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각 준설기업들은 지난 24일부터 에버기븐호가 박혀있는 모래톱을 파내고 있다. 배를 12~16m 가량 해안가에 가깝게 해 배를 다시 물에 띄우는게 목표다. 25일엔 각국 베테랑 예인기업들이 에버기븐호 좌초 현장 실사를 벌였다.
에버기븐호를 소유한 일본기업 쇼에이기센은 25일 사과 성명을 내고 "현재 배를 다시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배를 언제 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에버기븐호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중 하나로 길이 400m, 너비 59m 크기다. 지난 23일 수에즈운하에서 가장 좁은 폭 약 300m 구간에서 방향을 잃고 좌초돼 선체 일부가 모래톱에 박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25일 기준 수에즈 운하 양방향에서 이동이 정체된 선박은 206척에 달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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