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이 올해 첫 전국 모의고사를 치른 후 혼란에 빠졌다. 대입에 활용되는 ‘표준점수’를 구하는 방식이 크게 복잡해지면서, 성적표를 받아들기 전까지 자신의 실제 성적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입시업체들마저도 “이런 방식으론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의 등급 기준 예상점수가 입시업체들마다 크게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투스교육이 국어 1등급의 기준(표준점수)을 125점으로 잡은 반면, 대성마이맥은 1등급 예상 기준을 135점으로 잡아 10점이나 차이났다.
학생들은 1등급 예상 기준이 업체마다 크게 다르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고3인 김 모군은 “예전에는 시험을 치고 나면 몇 시간 내 비교적 정확하게 예상등급과 표준점수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성적을 계산할 때는 선택과목에 따라서 달리 내고, 성적통지는 또 합쳐서 낸다고 하니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표준점수는 학생이 받은 원점수를 보정해 해당 학생의 성적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지표다. 같은 100점이라도 어려운 과목에 응시한 학생이 더욱 높은 표준점수를 받는 구조다. 기존 수능에서는 1개 과목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하므로 비교적 간단하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수능부터 표준점수 계산에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의 표준점수, 과목별 난이도에 따른 점수 보정과 함께 특정 선택과목을 택한 학생들끼리의 공통과목 표준편차나 평균까지도 반영한다.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점수 보정을 거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공통과목 점수나 평균에 따른 성적의 유·불리도 일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입시업체들은 “올해는 성적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이번 모의고사의 경우 성적 예측이 너무 어려워서 업체들끼리 아예 예상 등급을 산출하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원점수로 등급을 예상할 수가 없어 학생들은 실제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예상이다. 또 다른 입시업체 관계자는 “수시에선 각 대학별로 수능 최저등급을 적용하는데 자신의 성적을 예상하기 어려우면 지원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결국 평가원이 난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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