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K골퍼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박인비(33) 김효주(26)가 올해 처음으로 투어에 나서자 태극기가 오랜만에 리더보드 상단에 줄줄이 등장했다. 올해 열린 세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기세등등한 미국 선수들을 꺾기 위해 투어 통산 21승 도전에 나선 ‘골프여제’ 박인비가 선봉에 섰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버드의 아비아라GC(파72·6609야드)를 무대로 열린 KIA 클래식 1라운드에서다.
1번홀(파4)에서 파를 잡으며 무난히 출발한 박인비는 경기 초반 몸이 덜 풀린 듯했다. 페어웨이를 번번이 벗어난 티샷에 고전했지만 착실하게 타수를 지키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9번홀(파4) 8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1타를 줄인 박인비는 후반 들어 고감도 샷과 퍼트를 앞세워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들어갔다. 10번홀(파5)에서 아이언샷을 핀 옆 3m에 붙이며 1타를 줄였고, 12번홀(파4)에서도 세컨드 샷을 핀 옆 1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14번홀(파3)에서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김효주를 따라잡은 박인비는 17번홀(파5) 아이언샷을 핀 옆에 바로 붙인 뒤 1타를 더 줄여 순위표 최상단에 올랐다. 박인비는 “그린이 어려운 편인데 퍼트가 잘 떨어진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며 “코스가 길지 않기 때문에 남은 대회 기간에 핀을 직접 공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효주는 이날 14차례 버디 기회를 만들어 8개의 버디를 뽑아내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김효주는 “주변에서 온통 영어가 들려 처음에는 좀 낯설었다”며 “오늘 아이언은 잘 맞았지만 드라이버는 조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3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인지(27)는 4언더파 68타로 2타 차 공동 3위 그룹에 포진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과 2위 김세영(28)은 각각 1언더파, 이븐파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승승장구하던 미국 선수들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공동 7위 이상의 선수 9명 가운데 미국 선수는 3언더파를 친 미나 하리게(31)가 유일하다. 게인브리지 챔피언십 우승자인 넬리 코르다(23)는 이날 3오버파를 쳐 공동 83위로 주저앉았다. 부상과 출산 이후 1년9개월 만에 필드에 복귀한 재미동포 미셸 위(32)는 버디 1개를 잡았지만 보기 8개와 더블보기 1개를 쏟아내며 9오버파 142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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