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15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세를 멈추기 위한 정부의 시도가 일단 좌절됐다. 국민연금은 2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내 주식 보유 비중과 관련한 자산조정 안건을 논의했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26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국내 주식 보유 목표 범위를 넓히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기금 리밸런싱 체계 검토’ 안건을 논의했지만 논의를 보류하고 4월 말 차기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측 위원 5명과 사용자 및 근로자, 자영업자, 농어업인 단체 추천 위원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해당 안건은 현재 14.8~18.8%인 국내 주식 보유 목표 범위를 13.3~20.3%까지 넓히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증시의 반등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작년 말 기준 21.2%에 이르자 올들어 15조 5000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왔다.
정부는 회의에서 국내 증시 안정 등을 이유로 안건 통과를 밀어붙였지만 다른 기금운용위 위원들의 반대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은퇴 인구 증가에 따른 국민연금 운용액 감소를 감안하면 국내 주식 매도는 어차피 불가피한 가운데 지금 주식을 팔지 않으면 미래에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15%로 낮춘다는 계획을 지난해 5월 제시한 바 있다.
기금위에 상정되는 안건을 미리 심사하는 기구의 전문가들이 해당 안건에 반대한 것도 부담이 됐다. 지난 17일 투자정책 전문위원회에서는 “지금 국내 주식 보유 비중 범위를 변경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기금운용위에 올렸다. 24일 실무평가위원회에서도 “관련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리밸런싱 안건이 보류됐지만 연기금의 매도세는 일단 소강 상태에 머물 전망이다. 올 들어 이뤄진 대량 매도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전체 자산의 19.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목표 범위와 0.3%포인트 차이로 기금운용본부 재량으로 3%포인트까지 추가 보유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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