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왕'으로 불리던 농심 창업주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27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신 회장은 자본금 500만원으로 농심을 창업해 매출 2조6000억원의 K푸드를 대표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깡' 등 국민의 사랑을 받는 히트 상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농심은 "신 회장이 이날 3시 38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최근 노환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신 회장은 1930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인 그는 일본롯데 이사로 재직하다 형의 만류를 무릅쓰고 농심을 세웠다. 당시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이 큰 인기를 끈 것에 주목했다.
1965년 첫 라면을 생산한 해에 라면 연구소를 세우며 기술개발과 품질경영에 초점을 맞춰 잇따라 히트상품을 선보였다.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깡 등 오랜 시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 제품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특히 신 회장의 역작인 '신라면'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며 K라면 열풍을 주도했다. 농심은 국내 식품회사 중 가장 먼저 해외에 진출하며 수출에 투자한 회사기도 하다.
신 회장은 1992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나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고령에도 회사 현안을 직접 챙겼으나 최근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신 회장에 이어 농심을 이끌게 된다. 농심은 신 회장의 세 아들인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을 중심으로 승계 작업을 해왔다. 이달 25일 열린 주총에서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고 신동원 부회장과 박준 부회장, 이영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낙양 여사와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세 아들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 신동익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부인인 차녀 신윤경씨가 있다.
장례식장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5시다.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