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는 부동산 투기정권…중국도 이렇게는 안 한다"

입력 2021-03-28 15:57   수정 2021-03-28 16:16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민간 단체가 경제정의실천연합이다. 지난해 7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은 14% 올랐다"고 주장하자 바로 '실제로는 82% 올랐다"는 통계와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에 나섰다.

권영준 경실련 공동대표는 이같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과 정책 협약식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정권이라고 정의할 수 밖에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6일 서울 동숭로 경실련 본부에서 만난 권 대표는 부동산 정책에 분노를 쏟아냈다. "중국도 이렇게 부동산 정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장점인 소유권과 인센티브를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를 부동산 투기정권으로 정의했는데.

"부동산 투기로 흘러갈 것이 뻔한 정책을 계속 내놨다. 26번의 부동산 정책 중 마지막 2·4 대책을 빼고는 공급 대책이 없었다. 대신 세금과 규제를 동원하며 집 가진 사람이나 집 없는 사람이나 모두 숨을 못 쉬게 만들었다.

취득세, 양도세, 보유세 모두 강화하니 할 수 있는게 사라져 모두 옴짝달싹 못하게 해놨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투기가 이뤄질 것이 뻔하다. '똘똘한 한 채'의 가격이 급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강남을 잡는다고 하면서 강남 집값을 올려놓은 것이다. 목표는 선해도 방법이 무능해 역작용을 가져오는 정책이 너무 많다. 임대차 3법도 그렇다."

▷시민단체는 보통 시장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 아닌가.

"물론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시장이 싫다고 들어가서 더 망가뜨렸다.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게 수혈 등 응급처치는 안하고 배부터 가른 격이다.

임대차 보호법은 원래 1989년 경실련이 주장해서 도입된 법안이다. 당시 집값과 주택 임대료가 급등하며 길거리에 나앉는 세입자가 급증했던 시대적 고민을 반영한 법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은 전세를 없애고 임대료를 급등시켜 임차인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시장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니 약자들을 괴롭히는 법을 만드는 것이다.

보유세 인상도 그렇다. 세금을 높이면 그 부담을 다른 쪽에 전가한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임대인에 대한 보유세 인상이 임차인에게 해를 끼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정책을 해야 하는데 계속 실험만 하고 있다."

▷왜 이런걸까.

"일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거의 안 듣는 것 같다. 청와대로 파견 가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이런 문제를 모를 리가 없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나 재난 지원금을 놓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 전 부총리 등이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내지 않았나.

하지만 정부 내의 비판은 문제 제기로만 끝나고 쑥 들어가 버린다. 대통령이 듣지를 않고 공무원도 직을 걸고 반대하지는 않는다.

청와대와 여당의 핵심인 586 운동권들이 너무 공부를 안한 것도 문제다. 1980년대 당시에 유행한 반미 사조에 빠져 미국에서 나온 책은 덮어놓고 읽지 않는다고 하더라. 자본주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

"LH, 옛 토지공사 직원들의 투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두고 적폐를 운운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풀어야할 문제를 놓고 다시 책임을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돌리려 하고 있다. 보수 정부의 문제로 돌려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려는 처사다. 무책임하고 책임을 방기하는 처사다.

차명으로 토지를 매입한 LH 직원들과 공무원들을 모두 잡을 수는 없다. 법을 소급해 처벌한다는 것도 헌법상 해서는 안된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3기 신도시를 취소하는 것이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설 것이라고 믿고 투기를 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해야 한다. 대신 태릉골프장 등 서울 시내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분양을 통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

▷경실련은 농지 투기를 뿌리 뽑기 위해 농업인들만 농지를 소유하는 '경자유전'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땅은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경자유전에 위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민이 아닌 정치인이다. 주말에 가끔 가서 풀 뽑고 꽃 심는 것이 농민인가.

'좀스럽다' '민망하다'고 대통령이 말할 일이 아니다. 사과부터 해야지 왜 좀스럽나.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땅이 문제가 없다면 신도시에 묘목 심고 투기한 사람들도 욕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도 이 정도로 시장 원칙을 무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노무현 정부는 불공정한 것을 일벌 백계로 처벌하더라도 시장 원리와 시스템은 존중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같은 고민이나 가치를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

인사만 봐도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캠프 내에 있던 사람만 쓰지 않았다. 이헌재와 윤증현 같은 경제 관료를 기용해 이들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캠프나 측근에 있는 사람만 기용한다. 포용력에서 두 사람의 차이가 크다."

1989년 창립된 경실련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시민단체다. 다른 시민단체 인사들은 이번 정부 들어 정부와 공공기관의 요직에 대거 기용되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크게 줄었다. 그런 점에서 경실련은 시민단체의 본분인 권력 견제를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경실련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 크게 실망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19년 조국 사태가 큰 영향을 줬다. 경제 문제에 천착해온 시민단체 입장에서 보면 사모펀드 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여러 문제가 있다. 참여연대를 나온 김경율 회계사의 말이 옳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사과하는 대신 조 전 장관의 편을 들었다.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렬 전 검찰총장이 충돌하는 와중에도 대통령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사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계속 내놓으며 자신들의 입장만을 반복한다. 경실련이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과 국회에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선출된 권력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들과 야합하면 시민단체가 아닌 권력 추종단체가 된다.

경실련에는 '정계에 참여하려면 경실련 활동을 그만둔지 최소 6개월이 지나야 한다'는 경과규정이 있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진정한 시민단체와 그렇지 않은 곳 사이의 옥석이 가려지게 됐다. 예상치 못한 순기능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제도 지난해 불거졌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럴줄은 몰랐다. 시민단체는 회계에 투명해야 한다. 후원을 받더라도 아무 돈이나 받아서는 안된다. 경실련은 정부 돈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물론 어려우니 모든 시민단체가 지킬 수 있는 원칙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회계만큼은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다. 다음 정부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보수와 진보의 낡은 구도를 탈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편 가르기에 골몰하느라 저출산·고령화, 기후 변화 등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은 거의 내놓지 않았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사이의 갈등은 이 정부로 끝나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비전을 밝히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미 시대는 변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기부가 대표적이다. 1·2세대 창업자들이 일자리 창출과 기업 보국을 통해 사회에 기여를 했다면 3·4세대 창업자들은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기여를 확장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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