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스텝의 상장 후 급등은 다른 VFX 기업들의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이달 들어 주가가 38.85%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회사는 ‘뮬란’ ‘신비한 동물사전’ 등 국내외 영화에 시각효과를 공급한 기업으로, 2015년 이후 디즈니의 공식 협력사로 선정될 만큼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웹툰 제작사 와이랩 등에 지분투자해 지식재산권(IP) 개발 사업도 하고 있다. ‘아스달연대기’ ‘신과함께’ 등 국산 드라마 및 영화 제작에 참여한 VFX 기업 덱스터도 이달 들어 주가가 14.05% 올랐다.
이들 기업이 기존 광고·영화 중심의 사업에서 발빠르게 메타버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지윅스튜디오는 SK텔레콤이 만든 증강현실(AR) 앱 ‘점프 AR’ 제작에 참여했고, 자이언트스텝은 네이버와 SM의 온라인 콘서트 연출을 담당했다. 덱스터 역시 인기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을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최재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산업과 전시, 행사산업이 활동 영역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상 공간을 만들어내는 VFX 기술력의 시장 가치는 크게 확대됐다”며 “VFX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메타버스산업에서 어떻게 수익 창출 기회를 잡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VFX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메타버스 테마는 아직 매출 비중이 작지만, 성장 기대치는 빠르게 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12개월의 실적 전망치를 기반으로 한 자이언트스텝과 위지윅스튜디오, 덱스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72배, 30배, 37배에 달한다.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메타버스 테마는 향후 성장성이 밝지만 아직 태동 단계인 만큼 어떤 서비스와 기업이 패권을 쥘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5세대(5G) 이동통신이 처음 도입될 때 통신사보다 관련 부품이나 장비주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린 것처럼 VFX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게임사나 정보기술(IT)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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