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변수로 떠오른 '막말'

입력 2021-03-28 17:12   수정 2021-04-05 18:41

“옆에서 지켜보면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인 오세훈 후보를 지척에서 지켜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했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오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상대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5~20%포인트가량 앞서고 있어서다. 선거를 여러 번 지켜본 정치인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야권 단일화 직후 컨벤션 효과와 민주당의 탄탄한 조직력 등을 냉정하게 감안하면 두 후보 간 표 차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차이는 선거 직전의 작은 말실수나 돌출 행동 하나로 뒤집힐 수 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거 유세 현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런 돌출 발언과 행동이 나올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오 후보는 지난 26일 선거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돼 있다고 넋두리 같은 소리를 할 때 제가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며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하느냐”고 발끈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 배우자 일가 소유의 서울 내곡동 부지 ‘셀프 보상’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다. 여당에선 “오는 4월 7일에 거짓말하는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윤호중 의원) 등 거친 표현까지 나왔다. 내부에서도 “쓸데없이 상대 지지층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많은 정치인이 선거 막바지 네거티브 공세가 효과있다고 주장한다지만 최근 들어선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반론을 제기하는 정치 전문가가 더 많다.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언행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지켜보고 검증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야권이 대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세월호 텐트 막말’(차명진 후보)과 같은 야권 후보들의 실언이었다. 중도층이 야권에 등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29일 시작되는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다. 막말과 네거티브 공세 대신 정책과 공약으로 정공법을 택하는 후보자를 기대해본다.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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